전문가들 “은행 장래위해 흡수합병이 현실적” 주장도
국민 주택은행 합병 협상이 두 은행의 팽팽한 대립과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일 타결됐다. 존속법인을 신설해 두 은행을 흡수하고 은행 이름은 국민은행으로 하되 합병비율은 1.6883대1로 결정됐다. 애초의 합추의 의결안은 존속법인 국민은행, 합병비율은 1.68xx대1이었다. 행명은 주택은행의 의견을 존중해 추후에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타결된 합병안은 이 같은 합추위 의결안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특히 신설은행을 설립해 국민 주택은행을 흡수합병키로 한 대목이 주목을 받고있다.
그런데 과연 신설은행 설립은 현실적으로 성사될 수 있을까. 만약 비용상의 문제든 아니면 여론의 악화에 따른 것이든 신설은행 설립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흐르게 된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의외로 신설은행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주택은행 합추위는 신설법인을 만드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미 몇 달전 포기했었다. 이를 감안, 합추위는 3월말 존속법인으로 국민은행을 결정했던 것이다. 주택은행 조차도 연초 신설은행 설립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신설은행을 만드는 데는 계산에 따라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 은행의 법인이 청산되면서 받지못할 법인세 유보금 약 2000억원, 두 은행이 보유한 담보를 신설법인으로 바꾸는 것등 부대비용 약1000억원, 은행설립 최소 자본금 1000억원 등 어림잡아도 최대 4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합추위는 세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로 법개정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국민 주택은행 합병을 위해 관계 부처들이 나서 법을 개정해줄 지 의문이다. 법이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을 위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봐도 신설법인을 만들어 합병하는 사례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30여년전인 지난 1970년 충주비료와 호남비료가 합병하면서 한국종합화학이라는 신설법인을 만든 것이 유일한 경우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기관의 경우 멀리는 서울신탁은행 합병부터 가까이는 상업-한일은행 합병에 이르기까지 존속법인은 기존 은행 중에서 결정했다.
국민 주택은행이 존속법인을 두 은행중 어느 하나로 결정하지 못하고 이처럼 전례가 없고 비용도 많이 드는 방식을 택할 경우 여론 및 주주 등 효율적인 합병을 원하는 각계각층의 질타와 반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주도권 싸움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돌아가면서 수천억원의 돈을 낭비하는 것을 주주나 고객들이 용납할 지 의문이다. 2000억~4000억원의 돈이면 합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은행을 떠나야 하는 수천명 직원들의 명예퇴직금과도 맞먹는 규모이다. 아니면 이 돈으로 국민 주택은행의 주요 고객인 영세 서민들에게 대출금리를 대폭 감면해 줄 수도 있다.
결국 신설은행 설립 방식은 시한에 쫓기면서 합병 협상을 타결해야 했던 두 은행의 고육책으로 밖에 해석이 안되며 앞으로 포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 인식인 듯 싶다.
어떤 이유에서든 신설은행을 만들지 못하면 존속법인은 국민은행이 되고 이때 은행명은 자동으로 주택은행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주택은행은 IMF위기 이후 커가는 은행의 위상에 걸맞는 은행명을 택해야 한다며 오래전부터 ‘주택’이라는 이름을 대신할 다른 이름을 찾아왔다.
이를 감안하면 존속법인이 국민은행으로, 합병은행명은 주택은행으로 결정되더라도 또 다시 은행명 개정작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1조원에 이른다는 ‘국민’이라는 브랜드가치를 반영, 합병은행명이 국민은행이 될 수도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존속법인 국민은행, 행명 제3의 이름(또는 국민) 방식이 합병은행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는 1.68xx대 1로 합추위 안과 최종 타결안이 비슷했고, 여기에 존속법인까지 국민은행으로 된다면 결과적으로 합추위의 원래 의결안과 같게 되며 주택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우회전략’이 동원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이나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주택 합병 은행이 성공하려면 이상에 치우친 ‘대등합병’ 보다 현실에 바탕을 둔 ‘흡수합병’이 바람직하며 두 은행중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현직 금융 학자중 가장 양심적이고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강대 김병주닫기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