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합병선언때 역할 분명히 했어야
해외 대부분 합병은행의 경우 규모가 큰 은행에서 CEO가, 작은 은행에서 이사회 의장이 나온 것으로 나타나 국민 주택은행이 이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합추위가 중재에 나서더라도 국민은행에 다소 유리할 전망이다.
이같은 해외 은행합병 사례는 합병 MOU를 발표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CEO 선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국민 주택은행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합병 MOU상 합병비율의 기준일인 12월21일 주가로 본 국민-주택은행의 시가총액 비율은 59.3%대 40.7%(약 6대4). 현재 두 은행이 실사를 벌이며 자회사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 및 국민카드 자회사 시장가치 반영 여부 등을 놓고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두 은행 모두 자산이 건실한 우량은행이기 때문에 이 시장가치 비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다른 해외은행의 합병 사례와 비교할 수 있다.
국민 주택은행의 시가총액 비율을 대략 6대4로 보면 이 비율과 비슷한 해외의 합병 케이스로는 플릿 파이낸셜-보스턴(99년), 선트러스트-크레스타 파이낸셜(98년), 뱅크원-퍼스트시카고(98년), 퍼스트 아메리카-디파짓 게런티(97년), 웰스파고-퍼스트 인터스테이트(95년), 케미칼-체이스맨하탄(95년), 플릿 파이낸셜-셔뭇 내셔널(95년) 등을 들 수 있다.
이같은 합병 은행들은 대부분 시장가치나 자산규모가 큰 은행에서 존속법인과 CEO를 맡아 예외가 하나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작은 규모의 은행장에게는 합병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게 하는 것도 일반적인 사례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례는 6대4정도의 시가총액 비율을 가진 은행간의 합병뿐만 아니라 나머지 대부분의 합병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외적인 사례도 없지 않았지만 자산규모나 시장가치가 큰 은행이 부실이 많아 작은 은행에 어쩔 수 없이 흡수당한 경우, 또는 비슷한 크기의 은행들이 합병한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국민-주택 합병과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98년의 노르웨스트와 웰스파고은행의 합병은 근소한 차이(1% 안팎)나마 시장가치가 작았던 노르웨스트쪽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왔다. 다만 자산규모에서는 반대로 노르웨스트가 웰스파고보다 조금 컸으므로 거의 똑같은 규모의 은행간 합병 사례라고 봐야 적당하므로 국민-주택같이 자산규모가 큰 차이가 나는 합병사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다른 두 은행과 지주회사로 통합을 한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BSCH)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CEO를 배출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전통적인 의미의 CEO가 아니라 자회사 은행들간 조정역할을 수행하는 제한적 권한의 CEO 성격이 강해, 완전 통합 형태인 국민-주택 합병과는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조사된 해외 은행 합병 사례중 유일하게 작은 은행에서 은행장이 나온 경우는 퍼스트 스테이트 은행의 합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도 큰 은행의 대주주들이 작은 은행의 CEO를 적극 영입한 사례로, 국민은행의 골드만삭스등 대주주들이 명백히 큰 은행의 행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마당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대주주들이 주택은행의 김정태닫기

그러나 당초 국민-주택은행이 지난해 말 급박하게 합병을 결정하면서 어느 한쪽의 우위를 서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이 같은 소모적인 갈등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제적인 관례에 따른 합병 논리와 케이스를 근거로 한 합리적인 통합과정을 선택치 않고 두 조직간 기싸움을 계속 벌인다면 합병은행의 장래가 벌써부터 어둡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