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자제...결국 주주가 결정할듯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은행장 선임을 놓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 은행장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민은행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 골드만삭스에서 파견된 헨리코넬 상임이사와 김상훈 행장(사진 右)이 합병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 결국 터져나온 두 은행의 대결 구도는 지금까지 서로 합병의 주축이라며 대립해온 결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은행은 일반적으로 자산이나 자본 규모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은행에서 은행장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 관례라는 입장인 반면, 주택은행은 그렇지 않은 예외 경우도 많다며 김정태닫기

주택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은행이 주장하는 ‘규모의 우위’ 원칙은 은행장을 뽑는 많은 기준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에서도 웰스파고, 퍼스트스테이트, 씨티-트러블러스, BSCH 등의 합병에서도 규모가 작은 은행에서 은행장이 나왔다”며 국민은행의 주장을 일축했다.
주택은행은 이와 함께 ‘행장 자질론’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시장을 배워서 아는 사람과 시장을 원래 아는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김정태 행장의 ‘능력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김정태행장은 행장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경영 실적으로나 다른 기준으로 보나 김상훈행장이 앞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CEO의 자질은 우선 경영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지난해 당기순익등 경영지표를 종합적으로 봐도 김상훈행장이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의 경우 모기지론이나 소매금융에 치중된 은행으로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라도 김정태행장 정도의 경영성과를 낼 수 있다며 김정태행장의 ‘거품론’까지 들고 나왔다.
이같이 서로 설전을 벌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은 외국인 주주들이 누구를 지지하는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어 표대결로 은행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은행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65% 안팎으로 합병은행장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이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의 은행 방문이 잇달으고 있다”며 “이들이 한결같이 김정태행장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등 시장에서도 김정태행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도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적으로 은행장을 결정할 계획도 있음을 시사했다. 주택은행은 표 대결로 은행장을 선임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어 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시중은행중 국제 IR의 원조격인 국민은행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중을 더 잘 알고 있다며 주택은행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주식중 1억7000만주를 외국인이 갖고 있는 반면 주택은행 주식은 7000만주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며 “주택은행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결국 표대결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외국인 주식수가 많은 우리가 더욱 유리하다(주식교환 비율을 감안해도)”고 주장했다.
두 은행의 좁혀질 수 없는 입장 차이로 인해 행장선임이 결국 표 대결로까지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하차하면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당국이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편 합추위 최범수 간사위원은 “합병은행장 문제는 당사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김병주 합추위의장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