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 합병은행이 오는 7월1일 출범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 평화 광주 경남등 4개 은행과 하나로 종금 등이 포함되는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도 3월말 탄생한다.
국민 주택 합병은행은 덩치만으로도 세계 70위권에 포함될 전망이며 한빛지주회사는 총자산 규모가 104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금융회사이다.
시장은 이 두개의 매머드급 금융회사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 국민 주택 합병은행은 일단 부실이 없는 대형 우량은행으로서 시장을 주도해 주길 바라며, 한빛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의 겸업화 대형화라는 시대 조류를 제대로 반영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국민 주택 합병은행이 소매금융 중심으로서 시장의 리딩뱅크가 되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정부지주회사가 단순히 덩치만 컸지 잠재부실이 많고 실질적인 내용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정부와 해당 은행들은 이같은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은행간 합병이 그다지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국민 주택 합병은행과 한빛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진과 대주주는 선구자로서의 결단과 의지가 필요한 때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본지가 창간 9주년을 맞아 은행 증권등 금융회사 임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 주택 합병은행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인들은 신한은행을 가장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꼽았고 국민 주택 합병은행을 그 다음으로 꼽았다. 3년 이후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도 답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정부 주도의 한빛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도 지주회사라는 틀이 시대적 조류임을 인정하면서도 부실은행 집합소가 될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가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은행간 합병은 매출 증대, 비용절감, 자본의 효율적 활용 등에 일단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은행 합병중 60%는 실패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섣부른 합병은 시너지 효과는커녕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외형만큼 내부개혁도 중요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조건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면, 구체적인 합병 목적과 의사 결정의 신속성, 합병에 대한 내부 합의, 역량있는 인재와 우수 고객 확보, 뛰어난 경영관리 능력 등을 들고 있다. 관계자들은 국민 주택 합병은행이 이 같은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고 있는지 주목하며 향후 합병은행의 탄생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떠나 보면 일단 두 은행이 합병으로 인해 얻는 규모 등은 지금까지 정부가 원하던 세계 50위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합병에 따라 시너지를 발휘하고 고객들을 계속 유인할 경우 곧 가능해질 전망이다.
두 은행은 일단 총자산면에서 163조원에 달하는 세계 70위권대의 은행이 되고 모든 지표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총자산은 국내 시장의 33%를 점하게 되며, 자기자본 및 총수신은 36%, 가계여신은 단연코 많아 62%를 점하며, 중소기업 여신은 32%, 대기업여신은 다른 지표에 조금 못미치는 24%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국내 시장에서 리딩뱅크로서 자격이 일단 충분하며 세계적인 경영능력과 업무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외국 은행과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형 우량 외국은행들의 수준은 국민 주택 합병은행이 당장 쫓아 가기에는 힘이 부친다.
국민 주택 합병추진위원회가 세계 상위 50개 이내 은행중 경영지표가 우수한 10개 은행만을 뽑은 자료를 보면, 세계 수준의 우량 은행들은 일단 총자산 규모 평균이 440조원(5287억 달러)에 달하며, 평균 기본자본(T1)규모도 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들이다. 10개 은행의 ROA 평균도 1.39% 수준이고 ROE는 30%에 달하고 있다.
반면 국민 주택 합병은행의 지난해 결산 결과를 토대로 이들 지표를 보면 기본자본(T1)은 4조원(47억달러) 정도이며 ROA는 0.95, ROE는 19.30%에 불과하다. 수익력 지표인 ROA, ROE는 세계 선진은행들의 반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은행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합병 이후에 오히려 더욱 큰 내부 시스템 개혁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전망이다. 단순히 합병을 통해 인위적으로 얻게 되는 자산규모 등만을 가지고서는 선진 은행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또한 국민 주택합병은행은 국내에서 최초로 우량은행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부담도 있다.
지금까지 은행간 합병이 대부분 부실은행 정리를 위해 진행되어 왔고 그것도 대부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국민 주택은행이 이번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다른 국내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합병을 진행시킬 수 있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빛 평화 광주 경남등 4개 은행과 하나로종금이 묶여지는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의 CEO 선출을 놓고 금융권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새롭게 출범할 금융지주회사의 성공 여부가 국가 경제 및 금융에 미치는 결과가 지대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불안해 하는 금융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금융인은 물론이고 외국 금융인사들까지 입을 모아 부실은행을 왜 지주회사로 묶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혹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은행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한다. 정부가 은행 업무에 직접 간여하게 되면 경영진은 정부에 책임을 넘기게 되고 책임경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주회사 시장 불신 해소 우선
일각에서는 정부가 말하는 지주회사의 목적과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당 은행들을 합병시키거나 퇴출시키지 못하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다 끌고 간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4개 은행을 다 묶으면 구조조정 등의 변화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4개 은행을 포함하는 데 따른 비용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대형화되면 전산 시스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측면이고, 합병후 3년 정도까지는 시스템 통합에 더 비용이 들거가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리더가 과연 있는가도 문제이다. 인재가 없다면 결국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를 끌고 가게 된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지주회사의 미래에 대해 투자가나 금융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금융지주회사의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를 오래전부터 선보이고 발전시켜온 선진국들의 사례를 점검하면 좋은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지주회사의 전형인 미국의 씨티그룹을 보면 씨티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트래블러스 보험 등 3개의 기업군으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인 경영을 일궈나가고 있다. 단지 그룹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어떤 부문을 키우고 또는 떼낼 것인지 등의 전략수립은 지주회사 경영위원회가 총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서로 다른 업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룹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라는 조직형태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빛은행 등이 포함되는 금융지주회사는 일단 부실은행을 정리하기 위해 택한 조직형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일단 메우기는 했지만 은행이나 종금사 또 앞으로 신설 편입될 보험사간의 업무 교류와 시너지가 있을 지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부실을 털어내고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지 모른다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합병·지주회사 목적 분명해야
금융지주회사의 또 다른 전형은 영국의 HSBC. 알려진 대로 HSBC는 전세계 80여개 국가에 6000여개의 은행 증권 보험사등의 자회사를 지휘하고 있다.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HSBC가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한 것은 업종간 시너지를 발휘하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를 통일하고 종합적을 관리하기 위해서 이다. 은행간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제일 먼저 목적이 확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한빛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이같이 목적이 확실한 지 모를 일이다.
반면 일본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은행의 부실채권으로 골머리를 고 있다. 우리보다는 좀 빠르게 금융지주회사를 설립, 앞서가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말 다이이치 강교-후지-니혼코교등 3개 은행이 만든 미즈호 금융지주회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은행간 합병을 꺼리는 일본의 기업문화를 반영, 점진적인 개혁을 위해 도출한 형태이다. 부실을 털어내고 은행 및 금융그룹 대형화 등을 이유로 출범을 앞둔 한빛 금융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외국 금융지주회사들의 장단점과 성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비전과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