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를 맞아 은행 노조들도 제각각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함에 따라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밖으로 알리기 싫은 은행 내부 문제가 실시간으로 일반에게 공개될 뿐더러 직원들의 불만 사항이 이슈화돼 집단 행동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주택은행은 지난해 12월 파업을 전후로 노조 홈페이지 의견 게시란을 통해 익명으로 올라오는 각종 합병 반대 의견을 수습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 공보팀등 관련 부서들은 노조홈페이지 ‘자유 게시판’등의 의견개진란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문제가 되는 발언이 혹시 없나 불안해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노조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을 통해 행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경영진을 원색적인 언어로 비난하는 등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그에 따른 행내 여론 수렴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행내 문제가 밖으로 그대로 알려지고 있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IMF 이후 은행들이 주가 관리에 본격 나섬에 따라 공보팀 기능을 강화하고 가급적이면 좋지않은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기를 매우 꺼리는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시대의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한편 부담스러운 것은 은행 경영진측뿐만 아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어 노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은행 노조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개진되는 직원들의 의견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고 있지만 발언 수위가 높아 조절이 안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조홈페이지를 통한 행내 문제 외부 유출 문제나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발언 수위를 ‘통제’하기 위해 일부 은행에서는 글을 올린 직원이 누구인지 물색 작업에 나서기도 했으나 쉽지 않다는 것.
한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의견이 있고 이를 개진한다는 것은 조직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간혹 욕설과 근거없는 주장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은행 경영진들은 정당한 비판을 적극 수렴하고 차라리 여러가지 방법을 통한 의견개진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