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탁인사 외부전문가 영입등 인사혁신에 나설듯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7월 합병은행으로서 새 출발하게 된다. 국민은행의 미국 회계기준에 따른 실사에 시간이 많이 걸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높지만 합병은행이 출범하면 기존의 임원 구도는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짜여질 수 밖에 없다.
우선 현재 두 은행을 합쳐 총 24명인 임원 수가 15~20명 정도로 줄어들고 외부 전문가, 내부의 혁신적이고 젊은 부팀장급의 발탁인사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고 경영자 구도에도 변화가 생겨 김상훈 김정태닫기

이처럼 국민 주택 합병은행의 출범은 경영진 구성에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만큼 합병 주총에 앞서 내달 15일과 24일로 예정된 두 은행의 정기 주총은 임원인사 측면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국민은행은 이와 관련 이번 주총에서는 은행장과 감사를 포함, 2명에 불과한 등기임원을 1명 늘리는 정도 외에 큰 폭의 임원 승진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은행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현재 상무로 돼 있는 호칭을 부행장으로 바꾸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은행도 김정태 행장은 이번 주총에서는 승진 인사 없이 임기 만료된 고참 임원들을 중심으로 3~4명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합병은행 CEO 어떻게 되나
국민 주택 합병은행 출범을 계기로 새로 짜야 할 경영진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합병은행의 CEO가 되느냐는 점이다. 이 문제는 지금 한빛은행 중심의 정부 지주회사 CEO 인사와 함께 금융계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같은 관심사를 반영, 온갖 억측과 루머, 說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주택은행장에 김상훈, 정부지주회사 CEO에 김정태씨를 보내기로 방침을 정했었는데 지난해 말 노조 총파업 때문에 이같은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說에서부터 김정태 행장이 호남인맥의 지원을 받아 합병은행장으로 내정됐다는 說, 김상훈 합병은행 이사회 의장, 김정태 CEO 내정說에 이르기 까지 온갖 루머가 횡행하고 있다.
어느 한쪽을 비방하는 내용의 루머도 많아 금감위 등에서는 이를 두 은행의 氣 싸움에 따른 갈등으로 파악, 계속 그럴 경우 상업 한일은행처럼 외부에서 제3의 인물을 선임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혼란스럽고 헷갈릴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해법을 찾는 것이 순리다. 해외 합병은행들의 사례를 보면 90% 이상이 합병은행의 은행장이나 임원 수 등 경영진 구성은 합병비율과 어느 은행이 합병을 주도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합병비율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합병을 주도하는 은행에서 CEO를 맡는 것은 물론 임원 수도 대체로 합병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우량은행간 자발적 합병이고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훨씬 넘는다. 또 두 은행장 모두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 더욱이 김상훈 김정태씨가 외부 출신의 은행장으로 누가 CEO가 되든 상대방을 홀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장 선임등 합병은행의 경영진 구성에서도 이같은 인터내셔널 베스트 프랙티스를 적용하면 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현실적이고 조직의 갈등만 심화시키는 대등합병의 논리에서 벗어나 실사 등을 통해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선 것으로 드러나면 그것을 인정해 주고 그 은행을 중심으로 경영진을 구성할 때 그나마 합병은행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제3의 인물을 거명하기도 하지만 말이 안되는 논리다. 자발적 합병은행에 제3의 인물을 영입한다면 어느 은행이 앞으로 합병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또 외부 행장을 영입해 실패한 한빛은행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임원진 구성은 어떻게
국민은행은 지난 1월 파업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등기 임원인 안경상 상무를 해임, 후속인사를 하지 않아 일단 이번 인사에서 등기임원 1 자리 정도는 채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명의 등기 임원 승진 후보로는 김복완, 김덕현, 김유환 상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복완 상무는 국민은행의 핵심업무인 소매금융을 담당하며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올림으로써 높은 점수를 얻고 있고 김덕현 상무는 국제금융과 기획통인데다 주택은행과의 초기 합병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유환 상무도 기획통으로 e비즈니스 담당 상무를 하다 지난 1월 전략기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며 합추위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부실장급 인사에서 3급을 인사부장과 국제업무실장에 앉힌 전례가 있고 더욱이 간부들의 연령층이 젊은 주택은행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앞으로 있을 합병은행 임원인사에서는 파격적인 발탁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48~51년생으로 은행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으면서 주요 보직을 맡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박동순 동부지역 본부장, 양동신 종합기획부장, 홍기택 기업금융부장, 정연근 마케팅부장, 강신택 여의도 영업부장, 이정행 신탁부장, 박준호 심사부장 등을 들 수 있다. 서재인 지한구 장후상 씨등 47년생 지역 본부장들은 능력은 있지만 합병은행 출범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이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주택은행은 합병을 하면 어차피 임원수가 줄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임기 도래한 3~4명의 임원을 퇴임시키고 신규 임원인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 주택은행 김정태행장은 20일 “합병은행이 출범하면 임원수를 지금보다 늘릴 수 없다”며 “임원생활을 할만큼 한 사람들이 퇴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은행 임원중 영남지역 본부장을 맡았던 백호기 부행장은 지역본부가 지난 달 폐쇄됨으로써 현재 보직이 없어진 상태이다. 이밖에 김승동 부행장이 3년간 임원 생활을 했으며 정홍식, 조석일 부행장이 2년을 임원으로 근무, 이들을 중심으로 퇴임 인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합병을 앞두고 있는 데다 신규 임원인사가 없기 때문에 은행 내부적으로 임원 후보조차 거론이 안되고 있지만 일단 그동안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승진해온 심형구 신탁팀장, 이이상 주택기금팀장이나 양맹수 영업추진팀장 등 1급들을 후보로 점쳐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행장의 뜻을 받들어 주택은행의 각종 개혁작업을 주도해온 전략기획팀의 윤재관 윤웅원씨등 40대 팀장급에서 합병은행 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 주택 합병은행에서는 금감위 자문관에서 자리를 옮겨와 합추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범수씨등 외부 전문인력 영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