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총재는 지난해 8월 산은에 부임한 이래 줄곧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을 도맡아 왔다. 취임사에서부터 밝힌 대로 악덕 부실기업주를 처벌하고 적극적인 여신 회수를 위해 20여개 채권금융단으로 구성된 ‘부실채권 회수 대책위’를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중이며, 대우차 구조조정 및 매각 과정에서도 소신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연말 관계부처와 협의하에 산은이 총대를 매고 회사채 신속 인수 및 차환 발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제도에 대한 보완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언론으로부터 또 다른 공적자금 지원이라는 등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부활하면서 이같은 반론들이 수그러들고 엄총재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면이다.
회사채 인수제 시행후 신용등급 BBB류의 회사채가 부분적으로 발행되고 유통되는 조짐을 보이는 점도 엄총재를 하마평에 오르 내리게 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엄총재가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부임한지 1년도 안됐고 대우차 매각도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다 일단 파란불이 켜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 모처에 입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엄총재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엄총재는 적어도 당분간은 산은의 사령관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및 금융 시장 안정화 대책에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