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조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는 금융기관들이 지속되는 불량채권 누적으로 체질개선은 말할 것도 없고 신용공급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99년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그룹의 경우 수출입은행은 미리 부실잠재 여신에 대해 다양한 채권회수방안을 강구, 대우그룹에 지원한 총여신 3조5124억원중 대부분인 수출자금, 이행성 보증 등 3조224억원의 워크아웃 대상 여신을 제외하면 워크아웃대상 여신잔액은 4900억원에 불과하다. 수출입은행은 이같은 워크아웃 여신 4900억원에 대해서도 지급보증 여신 2320억원에 대해 고정이하로 분류, 20~50%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이처럼 수출입은행이 재빨리 채권회수방안을 강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전반적으로 악화됨에 따라 보유채권의 대량부실화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출입은행은 한라중공업 및 기아자동차 등의 여신에서 채권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으나 큰 문제없이 처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라중공업의 경우 총여신 1079억원중 613억원은 정상적으로 상환중에 있으며 371억원은 출자전환 등으로 처리했다. 기아자동차는 총여신 1137억원중 현대자동차 인수에 따른 기업 정상화로 354억원을 상환받게 됐고 467억원은 출자전환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의 이같은 활약은 신용위험 우려 속에서도 정책기관으로서 수출금융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 은행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채권유실을 최대한 막았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은 98년 가을부터 대대적인 잠재부실여신 분류작업에 착수, 50여건의 해당여신에 대해 차주사 변경, 수입자 발행 약속어음 매입을 통한 대출금 상계처리, 자금관리 계정을 통한 별제권 확보를 활용한 수출회수대금 관리 등의 채권보전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대우그룹 워크아웃 이후에도 대우그룹 전체여신중 본지사간 거래에 대한 여신 이외에는 모두 채권회수에 지장이 없게 되었으며 대우계열이었던 대우조선 등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수출금융을 지원해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들이 보증을 꺼리는 건설업체의 해외건설공사 보증에도 나서 건설업체 살리기에도 적극 동참했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 관련규정 개정을 통해 수익성은 있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장기신용등급 BB+이하) 워크아웃 기업이 추진하는 해외건설공사에 자금관리 계정 별제권을 설정, 사업별로 공사유입자금이 타 사업이나 타 회사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필요할 경우 건설업체 또는 사업현장에 은행 직원을 파견, 직접 관리토록 해 공사이행 보장을 위한 경영진의 시공확약서를 받는 조건으로 정상적인 보증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지원으로 수은은 지난 11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변전소 신설공사 등 8건 2억3700만달러(보증금액 3500만달러), 대우의 필리핀 도로보수공사 2건 1700만달러(보증금액 400만달러) 등 총 10건 2억5400만달러에 대해 보증서를 발금, 해외건설 수주를 원활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