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를 더디게 한 주요한 원인은 이자소득세법상 채권매도 원천이자소득 징수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한 개정작업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고, 통과만 된다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레포시장이 도입될 수 있다. 현행 이자소득세법에서는 채권을 빌려주는 경우에 이를 매도로 간주, 이자소득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프라이머리CBO를 국내 최초로 발행해 기업 자금난에 숨통을 터줬던 LG투자증권 등이 주축이 돼, 단기적으로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레포시장에 대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레포시장은 채권을 직접 거래하지 않고 해당 채권을 매개체로 다양한 채권운용과 자금조달 기법들을 파생시키는 새로운 채권유통시장이다. 한국은행에서 거래되고 있는 RP(환매조건부채권)도 레포시장 상품에 포함되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반면 레포시장은 모든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따라서 레포시장이 정착되기만 하면 일반 채권중개회사와 더불어 주요 금융기관이 채권을 이용해 돈을 빌리고 또는 빌려올 수 있어, 자금 융통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LG증권 관계자는 “현재 15조원의 규모를 보이고 있는 콜시장 만큼 초기 레포시장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총 채권시장 460조원까지는 못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CP CD 표지어음 통화안정증권 등 단기상품시장의 총규모 180조원의 20%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시장규모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증권은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미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아직 시스템개발은 이자소득세법 개정이 더딘 관계로 착수하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관련 작업을 적극 진행시킬 계획이다.
또한 한국자금중개 증권예탁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레포시장의 중개기관으로 준비중이다. 중개기관은 레포거래로 수수료를 징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있는 레포시장이 조기 정착된다면 국내 채권시장은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국공채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단점은 빨리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