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장체제의 출범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보생명이 그동안 후계체제 연착륙을 위해 수년간 거쳐온 과도기를 청산하고 신창재닫기

교보생명은 그동안 견제와 균형의 논리속에 5인대표체제를 두는등 다소 비정상적인 최고경영진용을 거쳐왔는데, 이번 인사로 사실상 권사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전문경영체제를 출범시킨 것. 그 만큼 준비된 인사요, 이미 예견된 순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권사장이 전권을 장악하고 신회장은 오너로서 뒤에서 한발짝 물러나 훈수만 두는 경영방식을 예견케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우선 경영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다방면에 걸쳐 상당한 변화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생보사 경영자로서의 권사장의 면모와 경영스타일이 이를 뒷받침한다.
권사장은 51년생의 40대로 생보업계에선 비교적 젊은 사령탑이며, 박학다식하고 주도면밀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단적인 예로 지금은 대한생명을 이끌고 있는 업계원로인 이강환씨가 교보에 근무할 당시 사석에서 권사장을 일컬어 “보험업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똑부러지는 경영스타일의 소유자. 역대사장들중 자질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젊고 유능한 최고 경영자의 등장, 그것도 오너와의 궁합이 잘 맞는,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은 권사장체제는 당연히 현재 진행중인 개혁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고 인사 및 조직개편을 예견케한다.
또 하나 권사장은 생보사중 드믈게 영업이나 계리파트가아닌 기획전문가이다. 따라서 과거 사장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따라 경영의 무게중심을 영업과 관리파트를 왔다갔다 하던 관행적 경영패턴에서 벗어나 경영의 균형감각을 찾는 바람직한 변화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권사장체제가 탄탄대로에 놓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내외적인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 아무리 역량 있고 오너의 신임이 두터운 경영자라고 하더라도 외부여건이 나쁘면 훌륭한 경영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더 살필 것은 권사장이 ‘경륜부족’이라는 약점 때문에 카리스마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 이와관련 주목할 것은 최근 교보생명의 변화에 대해 사내 일각에서 ‘속도가 너무 빠르고 방향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조직의 속성중 하나인 보수성을 너무 소홀히 할 경우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권사장의 경영스타일과 관련해서는 권한위양등을 과감히 함으로써 ‘참모형’ 이미지를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주변의 조언이다.
결국 이런 과제들은 권사장 스스로가 얼마나 빨리 사장으로서 자신의 카리스마를 만들어 가고 조직을 장악하며 변화의 속도를 조절해가는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