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선도 기업의 이미지대로 `대형화ㆍ효율화`라는 금융권의 흐름에 삼성의 깃발을 먼저 꽂게 됐다. 앞으로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제2금융권에서 삼성은 왕좌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점유율은 이미 50%를 육박하고 있고,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증권이 합병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양 증권사는 위탁매매부문과 수익증권 판매 부문에서 각각 1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캐피탈 사업에서도 LG 현대와 함께 삼성은 주도적인 시장 참여자로 활동중이다.
그러나 금융권 장악력이 높아질수록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이란 비난의 화살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삼성증권은 그동안 지나치게 조심스레 합병절차를 진행했다. `검토중`이라는 애매모호한 공시로 삼성증권의 주가가 폭락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실사결과가 나오면 합병을 안할 수도 있다"는 핑계로 부실규모에 집중된 여론의 파편을 교묘히 피했다.
우선 이사회 결의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안진회계법인의 실사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총무팀 관계자는 "금감원에 합병신고서와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부실내역도 별첨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내역은 제출받지 않았으며, 앞으로 40일내에 금감위 심사를 벌이는 동안 부실관련 자료는 참고용으로 제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부실규모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증권의 주주들이 입게 됐다. 자신의 증권사가 왜 합병을 해야 되는지도 모른채, "경쟁력 향상과 수익성 제고를 통해 국내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병을 추진함"이라는 공시쪽지 1장을 받았을 뿐이다. 정확한 부실규모가 밝혀지지 않은채 합병반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부실이 적으면 주식을 홀딩하는 게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면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지만 삼성측은 단지 투자자 판단에서 포지션을 결정하라고 통고했다.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식을 소유한 측이 80% 이상의 다수주주를 고압적으로 눌러버린 셈이다.
병합비율도 문젯거리로 남게 됐다. 합병비율은 0.204대1(삼성증권 0.204주당 삼성투신증권 1주)로 최종 결정됐다. 이 비율은 최근일의 주가를 근거로 산출했다.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는 이와 다르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실사결과와는 상관없이 합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왜 실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단순지표로 보면 합병비율은 다르게 나온다. 99년 9월 기준 주당순자산가치비율은 삼성증권 대 삼성투신증권이 2만3429원 대 7759원(0.331 대 1)이다. 주당수익률(EPS)은 1만2552원 대 3610원(0.287 대 1)이다. 삼성증권이 신고한 병합비율 0.204 대 1과는 현저히 다르다.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결정에서도 주주를 우롱했다. 삼성증권은 2만2130원이다. 그러나 2만2700원 이상에 분포돼 있는 매물이 62.09%(1999년 12월28일~2000년 7월28일)를 차지한다. 삼성투신증권은 4693원이다. 이 또한 매수청구가격 위에 분포한 매물이 82.64%(동기간)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개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손해다. 쌈지돈을 한 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서는 합병에 적극 찬성해야 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의 입장과는 별도로 삼성증권 및 삼성투신증권 임직원들은 대다수가 `소극적 찬성`의 반응이다. 먼저 대구의 한 삼성투신증권 지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양사 직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며 "직원들도 이미 결정된 사항이므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