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30일 은행 잠재부실 규모와 대책을 발표하면서 광주은행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강락원행장은 지난 23일 지방은행장 회의 이후 서울에 머물면서 조흥은행 및 금감원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광주은행은 미국계 투자펀드인 서버러스와 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과 1억달러 상당의 자본참여를 목표로 현재 실사 중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광주은행이 당장의 합병보다 지주회사 우산밑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일단 합병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 보자는 의도로 분석된다. 강원 충북은행 등 2개의 지방은행을 합병한 조흥은행에 지주회사식으로 합병될 경우 직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는등 피해가 적다. 이 경우 노조의 반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흥은행 입장에서는 강원 충북은행을 합병했고 내년 이후에는 본점을 충청도로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방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묶는다면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이 2차 구조조정에 대비, 내부적으로 지방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묶어 맹주노릇을 하는 계획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세워두고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 관계자는 “조흥은행이 겉으로는 광주은행과의 합병에 소극적이지만 내심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조흥은행 입장에서는 광주은행과 합병하게 될 경우 이래저래 부담이 큰 한빛은행 등과의 합병을 피할 수 있는 명분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은행의 합병 제의를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예전에 조흥은행이 강원 충북은행을 합병하고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부실부문을 제거했기 때문에 광주은행과 합병을 추진할 경우에도 공적자금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주은행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앞으로 다른 지방은행들의 거취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이 지주회사방식으로 조흥은행 등과의 합병을 성사시킨다면 독자생존이 쉽지않은 전북 경남은행 등도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차제에 광주은행 뿐만 아니라 중앙종금이 인수하겠다고 나선 제주은행까지 조흥은행에 묶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업구역이나 경영진의 연고 측면에서도 조흥-광주-제주은행은 범호남권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주회사에 대한 실험을 부담이 큰 조흥-한빛-외환은행의 합병을 통해 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에서의 충격이 거의 없는 조흥은행과 지방은행들을 묶는 식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처럼 광주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논의는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지방은행 전체의 진로는 물론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앞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