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견상 잘 나가는 은행에다 김행장자신의 대외이미지와 주가도 높은 가운데 벌어지는 내홍이라 양측의 갈등은 주택은행뿐아니라 은행권전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주택은행 노조는 최근 김정태행장의 독단적인 경영방식과 개혁작업이 맥킨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 내용을 담은 자체 자료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주택은행 노조에 따르면 갈등의 배경은 김정태 행장이 부임이후 2년도 안돼 맥킨지 컨설팅과 함께 6차례에 걸쳐 조직을 개편하고 9차례의 컨설팅을 진행해온 데 있다. 노조는 “직원들이 잦은 조직개편으로 적응이 어렵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개혁작업에 대해서도 노조는 맥킨지 컨설팅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으로,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주택은행이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직급파괴안’도 갈등의 큰 이유중 하나이다. 직급을 행장을 포함해 L1~L4 등 4단계로 축소, 은행장-부행장-매니저-행원으로 구분하고 레드햇집단과 전문가집단을 분리·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방안에 대해 노조는 진골 성골 육두품과 같은 봉건적계급제도를 두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개혁작업에 대해 여러번 의견제출을 했지만 경영진의 반응은 ‘다른 방안이 있느냐, 돈 줄 테니 노조가 해봐라’라는 식이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금융계에는 주택은행 노사대립을 은행산업 전체 노사관계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태행장이 추진하는 직제개편등의 개혁안은 맥킨지가 권고하는 미국식 노사관계와 동일하기 때문에 주택은행 노사대립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은행산업 노사관계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김정태행장의 개혁에 대한 금융권의 일반적 평가는 주택은행과 ‘CEO주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단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개혁 기간이 짧고 IMF라는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 직원들은 김정태행장의 개혁에 대해 일단 인정하고 따라가는 입장으로 보인다. 은행중 최고 주가를 누리고 있고 언론을 통해 항상 우량은행·선도은행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은행합병설이 난무하며 은행권을 휩쓸 때에도 “빨리 후발우량은행과 합병이 돼야 되는데...”라는 식의 막연한 합병선호성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을 노조입장에서 본다면 직원들에게 만연한 1등의식과 김정태행장 및 경영진의 자심감 넘친 미국식 개혁등 ‘이중의 적’과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주택은행 노조가 이번에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앞으로 다른 은행에서도 노조의 역할과 비중은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