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7월 채권시가 평가제가 도입되면 현재 수탁고가 급격하게 이탈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은행신탁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고 이같이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은행신탁은 시중금리 하락 및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수탁액이 급감해 4월말 기준 수탁고가 지난해보다 14조원이나 감소한 106조원에 불과하다. IMF 위기 직후 97년 12월말 은행신탁 수탁고 199조원과 비교하면 100조원 가까이 감소한 금액이다.
은행들은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보완하고 은행신탁 유동성 제고를 위해 신탁계정 부실자산의 은행계정 이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부실자산의 은행계정 이관을 요구하는 것은 지난해초 개발신탁 등의 신규가입이 폐지되면서 고객예금과 신탁의 만기구조가 맞지않아 유동성 부족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실자산이라 개별매각 등 자산처리가 어려워 자구책으로 은행계정으로의 이관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계정의 부실자산은 지난해부터 판매된 CBO펀드, ABS발행 등으로 많은 부분을 해소했지만 아직도 상당 부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올해부터 은행신탁계정과 은행계정을 분리해 은행신탁을 클린화한다는 정책 취지에 위배돼 금감원이 난감해 하고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은행들은 예금보험공사와 한아름종금이 발행한 어음의 즉시 상환과 발행금리의 현실화도 요구했다.
은행들의 한아름종금 발행어음 금리가 5~6%로 실세금리보다 2% 이상 낮아 신탁수익률 하락을 가중시켜 고객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은행신탁계정이 안고있는 한아름종금 어음 규모는 3조원 정도로, 낮은 금리 때문에 은행들이 연간 6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보와 한아름종금에 계속 금리 현실화를 요구했지만 자금사정상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자금조성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은행신탁의 위기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이밖에도 공동으로 은행신탁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신탁기간 6개월로 단축, 일시납 개인연금신탁 허용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송훈정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