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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랩어카운트, ‘맞춤투자 시대’ 열린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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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0-04-12 19:16

자산배분·컨설팅·운용 등 종합자산관리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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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도 맞춤투자가 도입된다. 지난해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랩어카운트가 증권업계에 도입됨에 따라 증권사들도 기존 위탁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치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증권사 수익성 제고라는 차원을 넘어서 증권사의 조직이나 고객의 투자패턴 변화 등 커다란 파장이 예상돼 하반기 본격적인 실시를 앞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해외 사례와 견주어 랩어카운트의 운영방식과 그동안의 준비 현황, 업계에 미치는 파장, 개별 증권사의 전략 등을 총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란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조합어로, 투자자의 투자성향 분석 결과에 따라 자산배분 전략, 투자종목 추천, 자산배분 및 투자조성, 총체적인 자산관리 컨설팅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부수되는 주문 집행, 결제 등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자산종합관리 계좌를 의미한다.

이같은 랩어카운트는 지난 73년 미국에서 ‘E.F. Hutton Suggest’ 프로그램을 통해 랩 수수료(Wrap Fee)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로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상품이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랩어카운트 판매회사로는 메릴린치와 살로먼 스미스바니 등이 있는데, 특히 메릴린치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익비중에서 랩 수수료가 24%나 차지하고 있어 위탁 수수료 32%, 인베스트먼트 뱅킹 부문 19% 등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랩어카운트에는 자산운용방식과 투자대상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경우 크게 ‘컨설턴트 랩(Consultant Wrap)’과 ‘뮤추얼펀드 랩(Mutual Fund Wrap)’ 등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컨설턴트 랩은 고객상담 결과 증권사 상담직원이 고객에 맞는 자산배분 및 투자전략을 소개하고 이에 적합한 투자자문사를 추천하면, 고객이 투자자문사를 선택해 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투자자문사가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메릴린치의 ‘컨설턴트’가 이에 해당된다.

반면 뮤추얼펀드 랩은 상담직원이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배분 유형 및 투자전략에 따른 뮤추얼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면 고객이 이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으로,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트랙(TRAK)이 이에 해당된다.

모든 금융권의 여러 가지 맞춤형 상품 중에서도 증권사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랩어카운트는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한 투자라는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조만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랩어카운트형 상품은 고객 개인의 성향에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는 것과 한 번의 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자산재조정을 해 주는 등 사후 관리가 된다는 점에서 기존 상품과는 차별화 된다.

투자자로서는 증권사를 통해 자신의 투자성향과 수요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돼 자산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으며, 기관투자가에 비해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수준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급정보를 이용한 투자가 가능해져 큰 메리트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랩어카운트는 기존의 매매업무 수행시 마다 징수되는 매매수수료 대신에 투자자의 예탁잔고 평가금액에 근거한 일정 비율의 보수만을 받기 때문에 기존 수수료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현재 평균적으로 연간 수수료는 자산잔고의 2~3% 수준) 경기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수료 설정이 투자자 측면에서는 큰 메리트일 뿐만 아니라, 증권사 차원에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장점들을 토대로 8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랩어카운트 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출현한데다 기업연금 및 개인연금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나고 뮤추얼펀드 거래가 활성화된데 힘입어 계좌잔고가 크게 늘어났다.

또한 디스카운트 브로커리지 업무와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증권사가 활성화로 수수료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전략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컨설턴트 1억원, 뮤추얼펀드 1천만원

랩어카운트의 운영과 관련된 주요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부분은 없으나, 관련규정이 정비되고 나면 각 증권사별로 개별약관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저납입금액이나 운용대상, 자산평가 방식, 수수료율 등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나마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우선 최저납입금액의 경우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증권사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계좌관리 비용절감이나 양질의 서비스 제공 효과를 유도해 투자자의 이용범위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최저납입금액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며, 컨설턴트 랩의 경우 10만 달러, 뮤추얼펀드 랩은 1만 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컨설턴트 형태는 약 1억원, 뮤추얼펀드 형태는 약 1천만원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랩어카운트 운용대상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유가증권 편입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 또한 이같은 운용 결과 자산평가 방식을 정형화해 수수료 산정기준 관련 분쟁 소지를 사전에 막는다는 원칙에 따라 시가주의 원칙으로 계좌를 평가하되 시가를 알기 어려운 자산의 경우 고객과 그 평가방식을 합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수수료율의 경우 자율 결정을 원칙으로 하되 계좌의 일별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기준으로 부과하게 된다.

한편 이같은 운영방식에 따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안전장치들도 마련된다. 우선 업무취급을 위한 자격요건을 위탁 및 자기매매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종합증권사로 제한하고 있으며,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요건도 랩어카운트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윤리성을 갖춘 파이낸셜 플래너 자격 소지자로 제한하게 된다.

또한 자산운용과 관련해서도 운용방식의 임의 변경 금지, 편중거래나 투자위험 과다 자산에 대한 매매거래 금지, 과다한 수임 제한 등 안전망을 갖출 계획이다.



■대형사- 證協 주도로 1년이상 준비

증권업계에서 랩어카운트의 도입을 적극 건의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이고, 준비에 들어간 것만해도 1년 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랩어카운트의 도입을 앞두고 대형증권사와 증권협회 상품개발팀에서는 지속적인 스터디를 통해 일반적인 사항들을 준비해왔다.

기본적으로 증권사들은 기존의 브로커리지 영업 중심에서 탈피해 자산운용업을 통해 수익원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추는 한편 해외 상품을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동시에 금융상품 관련 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와 자체 교육과정 등을 실시해 전문인력에 조기에 양성하고, 자산배분모델과 펀드평가시스템 등 시스템 측면에서도 노력을 경주해왔다.

증권협회에서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상품 도입방안을 작성해 정부 당국에 계속 제도 도입을 건의했고, 랩어카운트와 관련한 전문인력인 파이낸셜 플래너(Financial Planner)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을 준비해왔다.

이에 재경부는 지난해 5월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증권사 부수업무로 허가한다’는 항목을 삽입, 랩어카운트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관련법 개정 작업이 다소 지연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달중 재경부는 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투자자문업과 제한적인 매매일임업을 증권사 부수업무로 지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끝으로 랩어카운트를 통해 증권사의 투자자문업이 처음 도입되는 만큼 금감원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운용실적 및 자산상태의 공시 의무, 자산관리에 대한 구체적 기준 등을 명시한 감독규정을 확실히 한다는 방침이어서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아직 제도적인 정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랩어카운트형 상품의 발매는 이미 올 1월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가장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대우증권은 지난 1월에 자체적으로 프리즘과 스펙트럼으로 명명한 자산배분모델과 펀드평가 시스템을 개발해 ‘스펙트럼’이라는 랩어카운트형 펀드를 시판했다. 이후 LG투자증권이 지난 2월에, 삼성증권이 3월에 각각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랩어카운트의 경우 시스템 측면에서의 투자와 노하우가 가장 우선시되는 데다 취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나 이 분야에 특화된 일부 중소형 증권사 외에는 등 활성화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 협회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하고 먼저 자체 상품개발팀을 만든 증권사들은 대부분 대형사들.

그러나 후발업체의 도전도 무시못할 상황. 현재 동원증권은 이달 중으로 상품 발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대신·굿모닝·SK증권 등도 자체 전담팀을 만들고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펀드평가회사와 컨설팅사 등에 아웃소싱을 통해 랩어카운트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 영업 패러다임의 변혁

이같은 랩어카운트의 도입은 기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위주의 영업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앞서 밝힌 바와 같은 법적 정비가 아직 필요하긴 하지만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증권사의 안정적인 新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아직까진 고객성향에 맞춰 뮤추얼펀드나 수익증권에 자산을 배분하는 뮤추얼펀드 랩만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자산운용을 증권사가 직접 담당하는 컨설턴트 랩이 도입될 경우 증권사의 영업전략과 직원의 위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즉 랩어카운트 상품은 매매거래에 따른 수수료(Commission)을 받지 않고 자산에 대한 수수료(Fee)를 징수하기 때문에 고객 자산이 증가할수록 증권사도 그만큼 이익을 보기 때문에 회전율 위주의 영업보다는 고객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영업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FP(Financial Planner)만이 랩어카운트 고객에게 투자상담과 포트폴리오 구성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지점 영업맨들도 주식 투자상담에 치중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주식, 채권 및 각종 금융상품, 부동산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영업조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벌써부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결국 증권사로서는 그동안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브로커리지 영업에 의존했기 때문에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에 희비가 엇갈렸으나, 랩어카운트 도입을 계기로 자산운용사보다 한차원 높은 신인도를 바탕으로 단시간 내에 안정적인 주요 수익원으로 꿰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이버 시장의 급성장과 디스카운트 브로커의 등장에 따라 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심화된다고 가정할 때 각 증권사들은 특화된 영역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자산관리업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향후 증권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이정훈 기자 futures@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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