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증권 본사. /사진제공 = 한양증권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한양학원과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의 유효기간은 오는 6월 말 만료된다. 해당 기간까지 KCGI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OK금융은 KCGI 투자자로 참여하며 한양증권 인수전에 간접적으로 얽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OK캐피탈을 통해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을 담보로 45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면서, 한양증권과의 연결고리를 한층 강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OK금융이 한양증권 인수를 노리고 다층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KCGI 심사가 멈춘 틈을 타, OK금융은 OK캐피탈을 통해 한양학원에 450억 원 대출을 실행했다. 담보는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이며, 계약에는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 Right)’이 포함됐다. 이는 추후 기한이익 상실로 담보권 행사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OK캐피탈이 한양증권 지분을 담보주식과 함께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는 의미다.
결국 OK금융은 단순 투자자에서 벗어나, 매각 국면이 변할 경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OK금융이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숙원 사업인 증권업 진출이다.
현재 OK금융은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을 주축으로 여신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여신금융업 수익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본시장 진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업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그룹 체질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다. 한양증권 인수는 OK금융의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에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
OK금융은 과거에도 증권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 심사에서 대부업 기반 사업모델과 내부통제 문제로 고배를 마셨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업 이미지가 완전히 희석되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그룹 통합감독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OK금융이 이번 인수 추진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 사업구조 조정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OK금융이 실제로 한양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모두 넘어야 한다. 첫 번째는 한양학원과의 협상이다. 한양학원은 한양산업개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압박이 심해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OK금융이 인수 의사를 공식화할 경우, 한양학원이 매각 조건을 조정하거나 가격 협상을 다시 요구할 여지도 있다.
두 번째는 금융당국 심사다. 설령 한양학원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인수는 좌초될 수밖에 없다. OK금융은 이 심사를 넘기 위해 상당한 구조개편과 사업조정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OK금융이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한양증권 매각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 이는 한양학원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한양증권 경영에도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OK금융은 이제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매각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며 “한양증권 매각전은 OK금융의 전략과 금융당국 심사가 맞물린 복합적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