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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숙취해소제’ 들어는 봤나?…삼양사 '상쾌환', 일본에서 만나다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5-04-24 06:00

삼양사 상쾌환,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진출
환·스틱 제형의 숙취해소제로 MZ세대 인기
국내 인체시험도 거쳐…해외 10개 국가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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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월 일본 히로시마의 한 드럭스토에서 본 상쾌환. /사진=손원태 기자

사진은 지난 2월 일본 히로시마의 한 드럭스토에서 본 상쾌환. /사진=손원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기자가 지난 2월, 일본 소도시 히로시마를 찾았을 때 뜻하지 않게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가나야마초 정류장(트램) 부근의 골목 모퉁이 드럭스토어에서 한글로 뚜렷하게 새겨진 '상쾌환'을 본 것이다. 일본에서 K-푸드와 K-뷰티, K-소주가 인기라는 것은 알았지만, K-숙취해소제는 낯익은 듯 낯선 장면이었다. 더욱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아닌, 비교적 소도시인 히로시마의 한 소매점에서 마주친 한국의 숙취해소제였기에 꽤나 인상깊었다.

삼양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삼양사가 숙취해소제로 해외 소비자들을 두드리고 있다. 삼양사가 지난 2013년 출시한 상쾌환이 그 주인공으로, 국내에서는 HK이노엔의 ‘컨디션’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삼양사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 음주 문화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상쾌환을 필두로 국내외 숙취해소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지난해 10월 일본 편의점 업체인 ‘로손(Lawson)’에서 자사 숙취해소제 제품인 상쾌환 판매를 개시했다. 로손은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3대 편의점 기업이다. 삼양사는 로손 편의점 1만4000여 곳 중 1만여 곳의 진열대에 상쾌환을 올렸다.

상쾌환은 ‘환’과 ‘스틱’ 형태의 2종(상쾌환·상쾌환 스틱 샤인머스캣맛)으로 일본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스틱은 일본에서 숙취해소제 성분으로 잘 알려진 우콘(강황추출물)을 첨가했으며, 환은 일본 규제에 맞춰 원료 배합을 새롭게 조정했다. 이에 앞서 삼양사는 지난해 5월 일본 대형 잡화점인 ‘돈키호테’를, 7월에는 대형마트인 ‘이온 훗카이도’와 ‘라이프’를 채널로 확보했다.

삼양사가 일본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많은 만큼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가 국내를 웃돌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16도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소주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일본 숙취해소제 시장은 ‘우콘노치카라’, ‘헤파리제’ 등과 같은 음료가 대다수라 틈새시장도 열 수 있다.

삼양사 측은 "상쾌환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다"며 "최근 3년간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2022년 34%, 2023년 3%, 2024년 5%로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사 상쾌환 '상쾌환 스틱 제로'. /사진=삼양사 상쾌환

삼양사 상쾌환 '상쾌환 스틱 제로'. /사진=삼양사 상쾌환

상쾌환은 지난 2013년 11월 출시된 제품으로, 당시 환 형태로 나왔다. 2010년대 이전까지는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이 음료 제품에 국한됐다. 가격이 5000원대 안팎이었으며, 부피도 커 휴대하기에 불편했다. 삼양사는 효모추출물과 헛개나무 열매, 산사나무 열매, 칡꽃 등의 식물혼합농축액을 배합해 숙취해소제로 만들었다. 가격을 기존의 음료 숙취해소제의 절반 수준에 맞췄고, 주요 판매 채널인 편의점에서 ‘1+1’이나 ‘2+1’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삼양사는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음료 형태의 숙취해소제에 거리감을 느끼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작은 알갱이 형태의 '환'을 택한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냈고,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갔다. 나아가 삼양사는 젤리 형태로 숙취해소제를 간식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상쾌환 스틱'도 내놨다. 동시에 중장년층 세대를 대상으로는 음료 제형의 '상쾌환 부스터'를 선보였다. 현재 시판 중인 상쾌환은 환 1종과 스틱 4종, 음료 2종으로 총 7개다. 상쾌환은 2023년 기준 누적 판매량 2억 개를 달성,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초에 1개, 1시간에 4800개, 1일에 11만5700개 팔려나가는 속도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저’ 열풍에 따라 설탕을 제거한 ‘제로 칼로리’ 숙취해소제를 선보인 것이다. 여기엔 삼양사의 미래 먹거리이자 핵심 사업인 알룰로스를 활용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있는 매우 적은 양의 당 성분을 뜻한다. 적은 양으로도 설탕의 70%에 가까운 단맛을 낸다. 열량마저 없어 칼로리 부담이 없다.

삼양사는 알룰로스에 1400억 원을 투입해 울산에 대규모 공장을 지었다. 이곳에선 연간 2만5000톤(t)의 알룰로스가 생산된다. 이를 미래 먹거리이자 신사업으로 낙점한 삼양사는 대체 감미료 브랜드인 ‘넥스위트’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약 35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상쾌환과 컨디션 등이 양분하지만, 종근당을 비롯해 여러 제약사들이 잇달아 숙취해소제 제품을 내놓는 상황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정부는 올해 들어 숙취해소제라도 인체 적용 시험에 따른 과학적 자료를 갖춘 경우에만 ‘숙취 해소’ 표현을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삼양사는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과 함께 상쾌환의 인체 적용 시험을 진행했다. 이 테스트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0개월간 이뤄졌다. 상쾌환의 주원닫기주원기사 모아보기료인 글루타치온이 숙취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하는지, 배출을 돕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테스트는 음주 30분 전 글루타치온 성분을 섭취한 실험군(상쾌환)과 가짜약을 섭취한 대조군의 생체 지표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알코올 섭취 15분 후부터 상쾌환의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확인했다. 2시간 뒤에는 실험군의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대조군 대비 57.8% 더 낮게 나타났다. 삼양사는 상쾌환 스틱 4종을 망고와 사과, 복숭아, 샤인머스캣 네 가지 과일 맛으로 꾸려 숙취해소제라는 딱딱한 이미지마저 벗겨냈다.

삼양사는 상쾌환의 기술력과 편의성, 가성비 등을 토대로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미국과 중국, 태국, 호주 등 10여 개 국가를 중심으로 상쾌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본을 상대로 숙취해소제 전파에 나섰고, 시장을 두드린 지 반년도 안 돼 어느덧 소도시에, 그것도 편의점이 아닌 작은 소매점에까지 나아갔다. 일본에서도 K-숙취해소제가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삼양사 측은 “빠른 숙취 해소 효과는 물론 휴대와 섭취가 간편한 제형을 갖춘 상쾌환의 환, 스틱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소구력이 있다고 봤다”며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현지 마케팅을 전개해 해외 판로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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