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2%대 초반까지 내려앉았고, 1개월 초단기 예금금리는 1%대에 진입했다. 1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지만, 예금금리 인하 속도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 속도는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로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6개월째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6일부터 26개 예·적금, 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0.10∼0.50%p 인하하기로 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거치식(정기예금) 7개, 적립식(정기적금) 11개 예·적금 상품 금리를 0.10∼0.25%p 내렸다.
이들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달 26일 하나은행은 2개 수신(예금)상품 기본금리를 0.30%p씩 하향 조정했고, 신한은행도 같은달 28일부터 14가지 거치식예금(정기예금)과 2가지 시장성예금, 21가지 적립식예금(적금)의 금리를 상품과 만기 등에 따라 0.05∼0.25%p 일제히 인하했다.
2023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4대 시중은행들의 주력 예금상품 금리를 비교해봤다. 주력 예금상품들은 현재 각 은행의 전용 어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인터넷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이 가능한 상품들이었다.
먼저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현재 12개월 기준 2.40%의 기본이율에 금리우대쿠폰을 더해 2.70%의 최고 금리가 매겨지고 있다. 이 상품은 2023년 3.40%, 2024년 3.45%의 금리를 제공했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앱 전용 상품 ‘하나의 정기예금’은 12개월 기준 2.70%의 금리를 주고 있다. 이 상품은 2023년과 2024년 4월 기준 모두 3.50%의 금리를 줬었다.
우리은행의 WON뱅킹 전용 상품 ‘WON플러스 예금’은 현재 12개월 기준 2.69%의 금리가 주어진다. 마찬가지로 2023년과 2024년 4월에는 3.50%의 금리가 주어졌던 바 있다.
은행들의 예금상품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연동된다. 2023년 1월 3.50%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4년 10월 3.25%로 인하될 때까지 1년이 넘게 동결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준금리가 2.75%까지 내려오면서, 은행들의 예금금리도 빠르게 내려온 모습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추이 / 자료=은행연합회
문제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를 말한다. 은행들이 수익을 내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빠르게 낮추면서 예대금리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0∼1.47%p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년 7개월 사이 가장 큰 차이인 동시에,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47%p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1.40%p)·하나(1.40%p)·KB국민(1.33%p)·우리(1.30%p) 순이었다. 5대 은행 가운데 NH농협·하나·KB국민은행은 1월보다 예대금리차가 각 0.01%p, 0.03%p, 0.04%p 더 커졌다. 반면 신한·우리은행은 한 달 사이 0.02%p, 0.04%p 줄었다.
은행권이 서민·중산층의 자산 형성 지원 등 상생 노력보다 이자장사를 통한 외형성장에 관심이 쏠려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경기 둔화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점치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8858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해 4조2915억원에서 5000억원 이상 불어난 수치다.
은행권에서는 "수신금리와 함께 대출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해명한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최근 가계대출이 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여신금리는 더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은행권에 대출관리를 해달라는 주문을 이어가고 있어, 자칫 여신금리를 손봤다가 대출쏠림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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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위원장은 최근 월례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자율적인 대출 심사를 통해 실수요 중심으로 대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은행들은 ‘자율적인 심사’라는 단어 자체도 모호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러나 저러나 뭇매를 맞는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당국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더 억울하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하는 한편,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시장금리 반영 속도도 고려해야 돼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대출쏠림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84%로 전월대비 0.13%p 하락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도 3.36%에서 3.30%로 전월대비 0.06%p 하락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