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올해 12월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12월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에 러시아 공장 지분을 넘길 때, 러시아 정부 승인 아래 2년내 바이백(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팔았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 1조원 가까이 투자했고, 매각 당시 장부가도 287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해지자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재진출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주요 완성차 기업 가운데 러시아에서 가장 늦게 철수한 기업이다. 그러면서 러시아 조기 재진출을 위해 바이백 기한은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했다. 프랑스 르노, 독일 벤츠, 일본 닛산 등도 비슷한 조건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옵션 행사 기한은 2027~2028년으로 잡아놨다.
올해 들어 러시아 재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판매했던 기아는 지난 9일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목표에 러시아 판매량을 포함시켰다. 행사 참석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경 러시아 재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현대차·기아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현대차·기아는 러시아에서 35만여대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23.9%로 주요 자동차 그룹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했다. 지난해 중국계 자동차 12개사의 러시아 점유율은 60.4%다. 지난 2021년 8.1%와 비교해 52.3%포인트나 올랐다.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러시아 중고차 시장에서 기아 리오와 현대차 솔라리스가 해외 브랜드로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협회는 "러시아 정부는 현대차가 헐값 매각한 자산의 저가 재매입을 불허할 것"이라며 "재진출시 비용, 정책 변화,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한 신중한 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