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국내 신선식품 이커머스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자 김슬아 대표가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장을 보기 쉽지 않은 현실을 겪으면서 사업은 시작됐다. ‘나와 내 아이가 먹지 않을 상품은 팔지 않겠다’는 철학 하에 출발한 사업은 올해로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컬리는 출범 당시부터 꾸준히 ‘프리미엄’과 ‘초신선’을 기치로 한길을 걸어왔다. 대부분의 이커머스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때 컬리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특성상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날 수확한 상품을 배송하는 등 믿고 살 수 있도록 품질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한길만 고집한 결과였을까. 지난해부터 컬리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내고 있다. 그간 적자를 이어오던 컬리는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비용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책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1956억 원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253억 원 줄어든 183원을 기록했다. 조정 EBITDA는 1214억 원 개선된 137억 원, 전체 거래액(GMV)은 12% 증가한 3조 1148억 원을 달성했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성장률(거래액 기준) 5.8%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자연스레 올해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가 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비용 절감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SSG닷컴,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일제히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컬리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적자폭을 줄여나가며 나홀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컬리 측은 “‘손익과 성장’을 동시에 집중한 투 트랙 전략의 성과”라며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흐름상 ‘손익분기점은 유지’하면서 유입된 현금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해 외연확대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컬리 지난해 경영 실적. /사진제공=컬리
파트너사 성장 지원과 신규 브랜드 발굴, 라이브 커머스 등의 서비스도 강화했다. 그 결과 마켓컬리와 뷰티컬리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뷰티컬리는 거래액이 전년 대비 23% 신장하며 서비스 론칭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매일 무료 배송 등 장보기 혜택을 대폭 개선한 컬리멤버스 효과는 고객 활동성 강화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140여만 명으로, 전체 거래액 중 멤버스 가입 고객의 결제 비중이 50%를 차지한다.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구축을 위한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물류센터 효율화가 주효했다. 김포와 평택, 창원 등 컬리 물류센터는 자동화 프로세스 및 주문처리 효율 개선, 안정적인 운영 등으로 운영비를 크게 줄였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신사업과 고객 관리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 어려운 경기에도 불구하고 손익과 성장에 동시에 집중하며 견조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올해는 코어 비즈니스 강화와 신사업 발굴 등에 더욱 집중해 10주년을 맞은 컬리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컬리의 성장으로 IPO 재추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15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 매입에 나섰다. 다만 컬리 측은 “자사주 매입은 IPO 진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며 “컬리는 IPO 추진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