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금융사고 예방률이면 더할나위 없는 수치겠지만,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의 이사회 안건 가결율이다.
5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들이 총 68회의 이사회에서 올라온 결의 안건들에 전부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사회에 상정된 34건의 의결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는 없었고,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보고 심의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경우도 없었다.
문제는 이사회의 의결대로라면 큰 사고가 없었어야 할 KB금융 계열사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에서는 3월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104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드러났고, 4월에는 각각 273억원·111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확인됐다.
하반기에도 9월, 12월 벌어진 금융사고의 총 규모가 약 18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금융업계 전반의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문제가 지적됐는데, 국민은행은 해당 상품의 최다 판매사였다.
우리금융지주에서도 작년 열린 총 17회의 이사회에 상정된 모든 결의 안건이 찬성으로 가결됐다. 730억원에 달하는 손태승닫기

지난해 자회사 NH농협은행에서 총 90건, 649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적발된 농협금융지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4번의 이사회에 48건의 결의 안건이 올라왔지만 반대는 없었고, 보고 안건에도 특이 사항이나 추가 의견이 없었다.
지방금융지주 이사회도 역할이 의심되는 수준의 활동을 보였다.
iM금융그룹(구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총 15회의 이사회를 소집했고, 이사회는 40건의 결의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도 결의 안건 30건이 반대 없이 가결 됐고, 보고 안건에 대한 의견도 없었다.
JB금융지주의 경우 결의 안건 64건 중 한 건에 대해 두 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냈고, 두 건이 보류됐지만 나머지는 전부 찬성이었다.
양 지주가 타 금융지주와 달랐던 것은 이사들의 의견 개진이 많았다는 점이다.
우선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열린 14회의 이사회에서 총 37개 결의 안건이 상정됐는데, 이 중 반대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에서는 100억원대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사외이사들의 다양한 의견 제시가 견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윤재원, 이용국, 최영권, 최재봉 이사 등은 ▲CET1 비율 관리와 충당금 적립 ▲리스크 현황 점검과 자회사 리스크 관리 인력 보완 ▲부동산 PF·대체투자 관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언했다. ▲사외이사 교육 강화 ▲경영승계 계획 개선 ▲경영진 성과평가체계 수립 등과 관련해서도 경영진의 피드백을 요구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대 파생상품 관련 손실 사고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윤재원·최영권 이사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근본 원인 파악과 개선을 당부했다.
신한은행에도 해당 사고와 유사한 업무 혹은 동일 수준의 리스크를 보유한 업무가 없는지 질의한 이용국 이사는, 다른 자회사들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수근 이사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감사 진행 경과와 개선 과제의 추진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총 11회의 이사회를 개최, 46건의 결의 안건이 있었지만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다만 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보고 안건에 대해 여러 의견이 개진됐고, 하나은행에서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없었다. 대표적인 이사 의견으로는 ▲불완전 판매·횡령 사고 예방·대응 ▲내부통제 체계 점검 ▲취약계층·저소득층 지원 ▲리스크·위험가중자산·CET1 관리 ▲보험 계열사 경쟁력 강화 ▲전략 목표 방향성 점검 등이 있었다.
이에 더해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 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며, 경영승계 절차를 모범 규준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처럼 아쉬운 활동과 성과에 금융지주들은 대규모 사외이사 교체를 통한 쇄신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4명의 새 사외이사로 영입했고, 농협금융도 사외이사 4인 중 3인을 교체했다.
다만 은행에서 사고가 적었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인·1인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고, KB금융은 대규모 사고에도 불구하고 6명 중 2명의 사외이사만을 교체해 업계의 우려를 샀다.
이에 따라 여느 때보다 증권사 사외이사로 법률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번에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화진 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김화진 의장은 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 한국ESG기준원 의결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민연금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하나증권의 이사회 의장은 남기명 사외이사로, 법조계 인사다. 남기명 의장은 제27대 법제처장이며,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다.
NH투자증권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낸 오광수 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키도 했다.
또, 삼성증권은 최혜리 현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S증권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중재재판관을 지낸 소병철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생명은 이번에 신규 사외이사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 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감사위원에 선임했다. 구윤철 삼성생명 사외이사는 1965년생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 실장, 제2차관을 역임했다.
신한라이프도 재무와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이호동닫기

이호동 신한라이프 사외이사는 1964년생으로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후 기획재정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국장,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오광욱 신한라이프 사외이사는 1973년생으로 제36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국제부와 조세본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 비즈니스대학 교수를 지내고 있다. 오광욱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회계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한라이프 임추위는 오광욱 사외이사 추천이유에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등 회계 분야 깊이있는 이해를 가진 전문가"라며 "당사 재무 건전성 확보와 내부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조언을 해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하고 감사위원으로 윤용로 현 사외이사와 박세민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감사위원 신규선임된 윤용로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한국외환은행장을 역임했다. 박세민 사외이사는 법학 전문성 보유 뿐 아니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보험분과 위원장 및 금융위/협회의 신상품 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해 보험업 이해도가 높다.
현대해상도 도효정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도효정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보험감독국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도효정 사외이사는 올해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흥국화재도 이진국 변호사와 금감원 경력을 보유한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진국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기업심사위원,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체투자심의위원을 역임했다. 한승엽 사외이사는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로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제도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