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뭐..."(주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기자)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주주)
26일 서울 명동 로열호텔에서 열린 ㈜한화 주주총회는 40여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주총장을 빠져나가는 사람에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려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이상한' 주총이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33.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어 국민연금이 7.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주는 0.25% 규모다.
하루 전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 대표이사는 직접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주총에는 건설부문 대표이사 김승모 사장이 참석했다. 취재진 시선을 인식한 탓인지 주총장 내부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주총장 밖으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승모 사장은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임기가 2년 더 연장됐다.
김동관닫기

이날 주총에서는 작년 9월 ㈜한화가 실시한 자기주식 소각에 대한 질문 등이 나왔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한 물음은 오가지 않았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해외 지상방산 및 해양방산, 조선해양 거점 투자에 쓴다. 시설 투자 자금으로 1조20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발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1일 종가 기준 62만8000원으로 전날 대비 13.01% 하락했다. 같은 날 ㈜한화도 전날 대비 13.26% 떨어진 4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 경영진이 자사주 총 48억원을 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24일 67만4000원으로 전날 대비 7.32% 올랐지만, 유상증자 발표 전 70만원에 달했던 주가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주배정은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주식을 배정하는 것인데,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주주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돼 주주의 지분율이 감소한다.
㈜한화 최대주주는 김승연닫기

김동관 부회장 4.91%를, 김동원 사장과 김동원 부사장이 각각 2.14%를 가지고 있다. 복일학원 1.83%, 김승모 사장과 양기원 사장이 각각 0.0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 5.16%, 자사주 7.45%다.
기존 주주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증자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거나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클 때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8조8443억원이다. 순차입금은 35조848억원이다.
유상증자 결의 관련 이사회 개최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한화 관계자는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선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사회가 언제 열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