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023년 8월 초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그룹의 이차전지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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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회장의 이 발언은 지난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 나왔다. 계열사 중복상장에 대한 투자자들 우려를 묻는 한 기자 질문에 대답한 건데, 이에 대해 "기존 주주들을 호구로 본 셈" 등과 같은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구 회장 발언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력시장이 활황기라 투자재원 확보, 적기 시장 진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모기업과 자회사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작은 회사가 성장하려면 계속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6일 ㈜LS 주가는 전날 대비 10.29% 감소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3832억원이 증발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는 12만7192주를 매도했지만, 오히려 개인 및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8만9881주와 2만8595주를 매수했다. 한편 7일 주가는 전날 대비 4.24% 감소하며 9만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현재 LS그룹 계열사 중 기업공개(IPO)를 앞둔 곳은 LS이링크, LS엠앤엠(MnM), KOC전기, LS이브이(EV)코리아, 에식스솔루션즈 등이다.
LS이링크와 에식스솔루션즈는 올해, LS엠앤엠은 오는 2027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KOC전기는 오는 2026년 예정이며, LS이브이코리아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LS이링크(E-LINK) 모회사는 ㈜LS와 E1이다. LS엠앤엠 모회사는 ㈜LS이며, KOC전기는 LS일렉트릭이다. LS EV 코리아는 LS전선, 에식스솔루션즈는 슈페리어에식스(SPX)다.
LS전선과 슈페리어에식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회사는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다. 다만 비상장사인 LS전선과 슈페리어에식스 최상위 지배회사는 ㈜LS다. 결국 상장이 예정된 5곳 지배구조 모두 그룹 지주사인 ㈜LS로 귀결되는 구조다.
㈜LS 최대주주는 구자은 회장 외 44명으로 구성된 구씨 집안 사람들로, ㈜LS 지분 32.12%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최다 주주는 구자은 회장으로 3.63%를 가지고 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 증시에 상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특정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경우다.
LS이링크는 지난 2021년 ㈜LS와 E1이 각각 지분 50%를 들여 신규 설립한 곳이다. LS엠앤엠은 과거 일본 제련업체인 닛폰광업과 합작 투자해 설립한 곳으로, 지난 2005년 ㈜LS가 LS니꼬동제련(옛 LS MnM)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로부터 지분 49.9%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LS엠앤엠 주식 전량을 보유하게 됐다.
모회사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설립된 곳은 LS이브이코리아와 에식스솔루션즈 뿐이다.
LS이브이코리아는 LS전선이 지난 2017년 11월 전기차 부품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로, LS전선이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2023년 슈페리어에식스 권선사업 부문을 분할해 출범했다.
LS 관계자는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권선(에나멜와이어) 1위 기업으로, LS가 인수하여 상장폐지한 후 재상장하려는 것"이라며 "미국 전력 시장이 활황이라 나스닥에 상장할 수도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을 위해 국내 상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가 '더블카운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블카운팅은 자회사가 상장된 이후 모회사 주식에 포함된 자회사 지분가치가 시장에서 이중으로 계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모회사 기업가치는 자체 사업과 자회사 지분가치로 구성된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투자자는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를 할인해 모회사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중복상장을 하는 이유는 비용을 줄이며 대주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자회사가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규 상장을 하면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
대주주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쉽다는 점도 있다. 물적분할을 하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가지는데, 이후 자회사가 상장해도 대주주 지배력은 유지된다.
이에 대해 LS그룹 관계자는 "자회사 상장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연구개발 등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확대하면 모회사 가치도 더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을 하는 것에 대해선 "계속하게 되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주주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