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보령에 따르면, 김정균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던 장두현 전 대표이사가 최근 개인 사유로 사임했다. 이로써 보령은 김정균·장규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대표 체제에 돌입했다.
보령은 대표 체제 변경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 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균 대표는 김승호 창업자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 사회행정약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1년 1월 삼정KPMG를 거쳐 2014년 보령에 입사했다. 2022년부터는 경영 일선에 올라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신사업 외 제약부문까지 책임질 예정이다. 기존 각자대표 체제 시절엔 김 대표가 우주 등 신사업을, 장 전 대표는 제약부문을 맡아 이끌었다.
김 대표는 장 전 대표의 배턴을 이어받아 올해 제약부문 외형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항암제, 고혈압 치료제 등이 호실적을 내면서 연간 매출 1조171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1조 클럽'에 진입한 회사는 보령이 9번 째다.
보령은 오리지널약 인수(LBA) 전략으로 항암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LBA 전략은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해 시장 입지를 굳히는 방법이다. 지난해에도 보령은 LBA 전략의 일환으로 '젬자', '알림타', '온베브지' 등을 차례로 들여와 항암제 부문 매출을 성장시켰다. 최근 유상증자, 바이젠셀 지분 매각 등으로 확보한 2000억 원 이상의 유동성 중 일부도 추후 LBA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조직도 촘촘히 꾸린 상태다. 보령은 'Onco부문'이라는 부문급 항암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항암제만을 위해 부문급으로 조직을 꾸린 제약사는 국내에서 보령이 유일하다. 김 대표가 항암제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제는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제네릭(복제약) 허가에 따른 리스크를 준비해야 한단 점이다. 카나브는 지난 2011년 3월 발매된 국내 15호 신약이다. 2023년 2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사업 투자 성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대표는 제약부문 외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주사업 등을 낙점,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인 미국 액시엄스페이스에 6000만 달러(약 755억 원)를 투자, 지분 2.7%를 확보한 바 있다. 이후 회사는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해 '브랙스 스페이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지난해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우주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에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적극적인 투자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아직인 만큼 신사업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올해 회사 성적표를 통해 경영능력을 증명해나갈 예정이다. 보령 측은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