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이 27일 본사 시너지홀에서 그룹사 현장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한자리에 모아 ‘내부통제 현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했다. / 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열린 '내부통제 현장점검회의'에서 나온 임종룡닫기

임 회장은 회의에 참석한 100여명의 내부통제 전담인력 모두와 악수를 나누며 내부통제에 책임감 있게 임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이처럼 현장 행원들에게 직접 내부통제를 강조한 것을 두고 '선제적인 지배구조 개선 조치 덕분'이라고 본다.
내부통제 담당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배구조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현장점검회의를 마련하고 직접 주재하며 강연에까지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기 만료 사외이사 5인 중 4인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는데, 이 중 4명이 교체되는 것이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는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행 전(前)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김춘수 전 자연팜앤바이오 대표 등 4인이다.
이영섭 교수는 1960년생으로,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과 한국금융학회장을 지낸 금융·경제 부문 전문가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으로 더욱 확대된 금융 변동성에 대비한 우리금융의 리스크 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59년생 이강행 전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과 지주에서 재무총괄임원(CFO)를 역임한 만큼, 우리금융의 당면 과제인 '비은행 강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기술에서 디지털 전문성을 다진 김영훈 전 대표는 웹툰 등 콘텐츠 제작 기업 '키다리스튜디오' 대표를 역임하며 디지털과 콘텐츠의 결합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 등에서 우리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와 윤리경영을 담당할 신임 사외이사는 유진기업의 윤리경영실 초대 실장을 역임한 김춘수 전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윤리경영실을 맡아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 만큼, 내부통제를 최우선순위에 둔 우리금융의 기조를 점검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대규모 교체라는 점 외에도 주목할 점이 또 있다. 임종룡 회장과 같은 연세대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이영섭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이강행 전 부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김영훈 전 대표는 한양대 산업공학과, 김춘수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학연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기에 의심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우리금융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 4인 모두 감사위원이라는 점도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쇄신' 기조에 부합한다. 특히,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해 리스크 감시·대응 역량도 강화했다.
은행의 자율성 침해 우려가 이어졌던 사외이사의 지주·은행 겸직 문제도 해결됐다. 우리금융 사외이사겸 우리은행 의장을 맡고 있던 윤수영 사외이사가 우리은행 사외이사로만 활동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개편으로 이사회와 내위원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그룹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된 신임 사외이사 후보들은 오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선임 이후에도 신임 사외이사들이 금감원·금융연수원에서 마련한 사외이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적극 지원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계획이다.
임종룡 회장은 이번 사외이사 선임 전에도 지배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직접 나서달라는 이복현닫기

이 원장은 "우리금융 내부에서 현 행장과 회장을 흔들려는 다양한 제보들이 들어왔다"며 "그런 것을 볼때 거버넌스가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임 회장에게도 직접 정리를 해야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우선 은행 등 자회사의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이 사전합의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회장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를 최소화하고, 자회사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이동수 우리금융지주 신임 윤리경영실장 / 사진제공 = 우리금융지주
더이상 기존의 지표와 잣대로 윤리경영 이행 정도를 가늠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내 ‘윤리·내부통제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인데, 윤리경영실은 해당 위원회 산하로 편제돼 독립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윤리경영실 직통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이번처럼 빠르고 촘촘하게 지배구조를 변경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임종룡 회장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