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4분의 1가량은 AI 시대 '원유(原油)'로 꼽히는 데이터가 양적(量的)으로, 또 질적(質的)으로 부족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3일 한국금융신문은 2025년 창간 33주년 기획으로 금융권 사령탑들의 AI 활용 현황과 전망에 대한 ‘K-금융, AI 혁명 속 길을 찾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85개사 금융 CEO가 참여했다. 자산운용사는 11개사(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Amundi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KCGI자산운용, 이상 AUM(운용자산) 순) 사령탑이 응답했다.
반면, 질문 2번 '향후 희망하는 AI 활용 수준'에 대해서는 적어도 절반은 활용하기를 원하는 '50~60%대'(72.7%) 선택지가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AI 활용에 가장 중점을 둔 분야, 투자계획이 큰 분야'(질문 3번)의 경우, 자산운용업 본원적인 AI 리서치/연구 분야(24.2%) 활용성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일임 서비스, 비대면/디지털 자산관리(21.2%)도 비슷하게 비중이 컸다. 퀀트(Quant) 투자모델 개발 활용(18.2%) 선택지도 응답률이 높았다.
질문 4번 '금융권 AI 도입에 따른 긍정적 기대 효과는?' 관련, 운용사 수장들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절반 가까운 45.5%나 선택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 역시 31.6%로 높았다. AI를 기반으로 한 투자 예측력 강화에 대한 기대도 13.6%로 3위였다.
5번 질문 ‘AI 도입 부정적 영향’의 경우, 기술적 한계, 신뢰성 리스크가 31.9%로 최다 응답을 기록했다. 또, 알고리즘 편향성 가능성(18.2%)도 우려 요소로 꼽혔다.
특히, 운용사 CEO들은 기존 휴먼(human) 일자리 감소(9.1%) 측면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증권업에서는 제로(0)였던 선택지인데, 상대적으로 펀드매니저 등 운용역에게 끼칠 AI 파괴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 AI 도입 시 경영상 애로사항'(질문 6번) 관련해서는 데이터 양과 질 부족에 따른 판단 결과 미흡이 27.4%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유효한 결과값 산출을 위한 데이터 풀(pool) 확보가 강조됐다.
2위는 AI기술 활용 전문인력 부족(22%), 3위는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 증명 어려움(13.6%)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AI 활용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필수요건은?'(질문 7번)의 경우, 금융과 IT 결합 산업 관련 규제 정비/안착 필요(36.4%)가 가장 컸다. 동시에,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등 AI의 적극적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31.8%)도 요청됐다.
자산운용사 수장들은 '금융사고 방지, 내부통제 및 감사 대상 AI 활용도는?'(질문 8번)에 대해 AI 활용에 대한 유용성 기대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72.7%로 압도적이었다.
생성형AI 활용 등을 골자로 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2024년 8월)에 대한 평가(질문 9번)는 IT 인프라 유연성 증가와 디지털 혁신 가속화(31.9%)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질문 10번 '유효한 AI 투자방식에 대한 견해는?' 항목의 경우, 운용사 역량 제고 차원 자체적인 AI 기술역량 심층화 즉, 인력보강, 조직확대 등이 54.5% 응답으로 과반을 넘었다.
질문 11번 'AI 글로벌 동향 이슈 관심사' 관련, 운용사 사령탑들은 생산성 제고 및 효율성 극대화 사례에 대한 관심이 54.5%로 최다였다.
아울러, 최근 중국 딥시크(DeepSeek)와 미국 오픈AI 챗 GPT로 대표되는 AI 기술력 경쟁과 시장 점유율 공방(36.4%) 이슈에 대해서도 주목했다.'AI 시대 요구되는 금융권 인재상'(질문 12번)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리터러시)이 72.7%로 압도적 1위였다.
또 'AI가 향후 금융권에 끼칠 파급력과 영향력은?'(질문 13번)의 경우, 인간-기계 협업 시너지 및 인간의 AI 활용성 진화(72.7%)에 무게를 두는 낙관적 전망이 상당히 높았다.
질문 1번 AI 업무 조직 구성과 인력 배치 관련, 대형 운용사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퀀트(Quant) 운용 조직을 두고 있는 편이다.
여기에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지원 차원에서 기존 부서들이 부가적으로 AI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A 운용사 CEO는 "본원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운용 영역에서 AI를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운용사 대표는 "펀드 운용 이외에 일반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성형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 분석,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업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AI 기반 주요 사업 및 프로젝트, 상품 및 서비스(질문 2번)의 경우, 전반적인 업무 효율화에 주목했다.
운용사들은 AI 관련 투자 상품 개발, AI를 활용한 트레이딩 툴(tool) 개발 등에 관심을 두었다.
C 운용사 CEO는 "자산운용사는 바이 사이드(Buy side)에서 리서치 활용, 퀀트 부분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D 자산운용사 대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연내 개발을 완료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도 관심사다.
E 운용사 대표는 "해외법인 설립, M&A(인수합병) 등을 기반으로 그룹 내 시너지를 활용해 AI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사업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분야(질문 3번)와 관련, F 운용사 대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 선정, 고객 니즈 파악, 마케팅까지 활용을 연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G 운용사 대표는 "사업적인 기회보다는 업무 효율성, 상품 개발에 대한 보완적 기능 등에 국한된 면은 있다"며 "AI를 통해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업계 AI 동향 중 주목하는 키워드(주관식 질문 4번)는 고객 응대 자동화 기술 발달, 데이터 분석 진화 등을 꼽았다.
H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AI 음성 비서 서비스의 경우,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 지 식별해서 그 사람에 맞게 응대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운용사 대표로서 어떤 ETF(상장지수펀드)와 펀드 상품을 먼저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숙제를 안고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관식 질문 5번에서 AI 활용 지향점과 목표에 대해 I 운용사 대표는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금융 리서치와 상품개발 등 측면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