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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랑 기자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카드 상품이 단종되고 있다. 혜택이 좋은 카드들은 모두 '단종'길을 걷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이 단종한 카드는 600개에 육박한다. 전년(458개)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단종된 카드 중엔 고객 혜택이 풍성하게 담긴 '알짜카드'가 많다.
카드사들이 알짜카드를 단종시키는 건 '돈이 되지 않아서'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택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지난 2012년부터 가맹점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따르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에게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3년마다 조정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영세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13년간 총 다섯차례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이로 인해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성은 추락했다.
카드사들은 떨어진 신용판매 수익을 메꾸기 위해 프리미엄 카드를 팔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일명 '큰 손'으로 불리는 VIP를 위한 카드다.
일반 카드보다 연회비가 높은 만큼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한 우량 고객들은 소비 규모가 커 카드 이용금액도 높다. 고객이 카드를 긁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카드사 입장에서 프리미엄 카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집계한 '2024년 상반기 출시 신용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의 평균 연회비는 11만3225원으로 전년동기(8만3453원)보다 3만원 가까이 올랐다.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등 고객 혜택을 일제히 줄여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무이자할부는 카드사가 제휴업체에 수수료를 미리 지불하는 방식이었던 만큼 그 규모를 줄인 셈이다.
이 같은 카드사의 혜택 줄이기에 고객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기껏 가입했더니 혜택을 줄이거나 단종시키는 관행에 쓴소리가 이어진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의 경우 프리미엄 상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고퀄리티의 혜택을 내세워 가입을 유도하는데, 향후 혜택 시즌이 바뀌었다며 풍성했던 혜택을 하나 둘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는 고객 혜택 면에서 꾸준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신뢰받을 수 있지만, 같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이 축소된다면 오래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들은 매년 억, 조 단위의 이익을 내고 있다. 실적은 늘어나는데 카드 혜택은 반비례다. 현금 없는 시대에 현대인에게 카드는 필수품이다.
고객에게 카드 외의 선택지는 없는 셈이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카드를 긁어줄 고객이 없다면 카드사는 문을 닫게 된다. 수익성을 이유로 고객 혜택을 줄이는 관행을 되돌아 봐야 한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