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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항공
21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1조7240억 원에서 12.3% 오른 1조9358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제주항공의 여객 수요가 급격하게 뛰면서 2조에 근접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실제로 제주항공의 여객 매출은 1조6731억 원으로, 전년(1조5384억 원)보다 8.8% 늘었다. 이 기간 제주항공 탑승객 수는 1335만 명으로, 전년(1236만 명) 대비 8.0% 증가했다.
다만, 수익 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환율 여파로 인해 항공기 임차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이 급등하면서 손실이 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1698억 원보다 52.9% 떨어진 799억 원을 냈다. 반토막이다. 순이익은 전년 1343억 원에서 83.8% 폭락하며 217억 원에 그쳤다. 2024년 평균 환율은 2023년보다 약 56원 높은 1365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제주항공은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손실 폭을 줄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에도 B737-8 항공기 1대를 들여왔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이 운항 중인 항공기는 총 41대로, 이 중 구매기는 6대다.
결과적으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규모 면에서 국내 LCC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이 1조4613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썼지만, 제주항공과는 20%대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변수는 있다. 진에어의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LCC 간 통합 항공사 출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이 연간 1조68억 원, 에어서울은 3분기까지 약 2500억 원을 써냈다. 이를 토대로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연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3조 문턱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LCC 업계 판도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연 매출은 1조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비상장사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약 3700억 원이다. 이 경우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품는다면 단숨에 제주항공 매출 규모를 앞지른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29일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하던 중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와 충돌)’로 불시착하면서 승객 179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국가고객만족도(NCSI·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에서 3년 연속 LCC 부문 1위를 달리던 제주항공으로선 너무나도 뼈아픈 악재였다.
사고 이후 제주항공은 오는 3월까지 국내선 838편과 국제선 1070편 총 1908편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제주항공 운항편수 1만9795편의 9.6%를 감축한 수치다. 제주항공은 이 기간 항공기 안정성과 정시성을 강화한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정비사 38명과 하반기 27명을 추가 채용해 연말까지 560명의 정비 인력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LCC 1위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제주항공은 우선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가속해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신규 항공기를 지속 구매해 여객기 평균 기령을 낮추고,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리스 항공기는 반납하고, 신규 항공기를 구매 도입하는 등 항공기 운용 방식의 변화도 준다. 이를 통해 연간 14% 가량 운용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제주항공 수장인 김이배 대표는 인수합병(M&A) 등 추가 대응책 마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당시 제주항공을 성장세로 돌려세운 인물이다. 하늘길이 중단되자 화물기 2대를 들여왔고, LCC 최초로 화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김 대표 취임 전후로 매출이 2731억 원(2021년)에서 7025억 원(2022년), 1조7240억 원(2023년), 1조9358억 원(2024년)으로 매해 날아올랐다.
김이배 대표는 지난해 7월 CEO 메시지에서 “항공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라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는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단거리 네트워크에서 핵심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확고히 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