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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도 끊었는데…LG생활건강, ‘밸류업’ 고민 깊어진다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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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2-06 17:00 최종수정 : 2025-02-06 17:26

LG생활건강, 中 사업 호조에 역성장 탈출
면세점에서 온라인몰로 판매채널 다변화
3년 새 주가 반토막…기업가치 제고 전력
이정애, M&A 승부수 "내실경영 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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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더후 글로벌 앰버서더 배우 김지원.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더후 글로벌 앰버서더 배우 김지원. /사진=LG생활건강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LG생활건강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눈앞에 아른거렸던 역성장 그림자를 가까스로 지워냈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인 ‘더후’ 리브랜딩 효과로 중국에서 매출이 오른 덕이 컸다. 하지만, 내수 비중이 높은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숙제다. 이 대표 취임 전후로 주가마저 반토막이 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그룹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6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 6조811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6조8048억 원과 비교해 역성장은 피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4590억 원으로 전년(4870억 원) 대비 5.7% 하락했다. 영업이익률도 7.2%에서 6.7%로 줄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LG생활건강 자회사인 태극제약과 에이본의 자산재평가 요인으로 전년 1635억 원보다 24.7% 오른 2039억 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 매출이 2조8506억 원으로, 전년(2조8157억 원)보다 1.2% 성장했다. 럭셔리 라인이자 주력 브랜드인 ‘더후’의 리브랜딩 효과가 빛을 발했다. 더후는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경우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더후로만 약 1조400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더후는 소비 트렌드가 이커머스로 전환되면서 주요 채널이었던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자사몰과 온라인몰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2월 더후 공식몰을 만든 것을 비롯해, 중국인 보따리상인 따이궁(代工)에 의존하기보다 티몰과 도우인과 같은 중국 이커머스를 공략했다. 중화권 유명 인플루언서를 국내로 초청해 더후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소개하는 등 바이럴 마케팅도 펼쳤다. 더후의 인기 라인인 ‘천기단’과 ‘비첩 자생 에센스’ 등도 새롭게 꾸렸다. 더후 핵심 성분이자 노화 완화 인자인 ‘NAD+’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해 신뢰도 제고에도 힘썼다. 한류스타로 활약 중인 배우 김지원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해 중화권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에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8452억 원으로, 전년(7514억 원) 대비 12% 상승했다.

그러나 내수 비중이 큰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은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생활용품 매출은 전년보다 2.1% 감소한 2조1370억 원을 냈다. 음료는 전년보다 1.0% 오른 1조8244억 원에 그쳤다. 이들 사업의 내수 비중은 각각 생활용품이 60%, 음료가 98%에 이른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실적이 나빠지는 구조다. 특히 미국에서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는 LG생활건강 자회사 에이본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실적을 더욱 끌어내렸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6038억 원)보다 13.2% 떨어진 5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내수 사업인 음료는 저칼로리 열풍과 잦은 무더위로 ‘코카콜라 제로’가 인기를 끌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중국과 북미를 제외한 일본, 동남아 등 기타 해외 매출은 3549억 원으로, 전년(3100억 원) 대비 14.5%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LG생활건강 국내 매출은 1.4% 준 4조7002억 원을 냈으나, 해외 매출은 3.5% 오른 2조1117억 원을 썼다.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 비중도 전년 30%에서 31%로 소폭 늘었다. K뷰티를 주축으로 한 해외 사업이 강세를 보이면서 내수 부진을 털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색조 라인인 글린트와 프레시안으로 일본 시장도 겨누고 있다.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이정애 대표는 LG그룹 내 첫 여성 전문경영인(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3년생인 이 대표는 이화여자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LG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LG화학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로 경력을 쌓았으며,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거쳤다. 2009년 LG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상무)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2013년 전무, 2016년 부사장, 2018년 코카콜라음료 대표를 거쳐 2022년 11월 LG생활건강 대표까지 유리천장을 과감하게 깨부쉈다.

다만, 이 대표 취임과 함께 LG생활건강 실적은 뒷걸음쳤다. 2021년 연 매출 8조915억 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후 2022년 7조1858억 원, 2023년 6조8048억 원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매출이 소폭 가라앉으면서 역성장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이 대표는 더후 리브랜딩과 자회사 사업 재편, 판관비 조정 등 내실 경영에 힘을 쏟았다.
주가 약세도 부담이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이 대표 취임 직후인 2022년 12월 31일 72만2000원에서 이날 30만9000원까지 가라앉았다. 주가 급락에 주주들의 반발도 커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자사주 1000주(약 3억 원)를 매입, 대표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자 했으나 주가는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 배당성향을 기존 20%대 중후반에서 30%대로 상향하고, 중간배당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강화와 실적 개선,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정체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자사주 소각도 꺼내들었다. 보통주 95만8412주와 우선주 3438주를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전량 소각한다. LG생활건강 발행 주식 수 대비 각각 6.1%, 0.2% 규모로 총 3000억 원이 넘는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MZ, 알파세대 고객에 기반을 둔 브랜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임기 동안 M&A가 직접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덧 그는 임기 마지막 1년을 앞두고 있다. 2023년에는 첫 여성 CEO로서 소통을 강조했고, 2024년에는 취임 1년을 지나면서 성장에 집중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역량을 강조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피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미래 성장성과 수익 기여도가 미흡한 사업은 강도 높은 효율화로 사업 내실을 다질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에 걸맞은 상품을 기획하고 R&D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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