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 = 금융감독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오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금융산업과 거시경제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농협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내정된 데 이어 지난달 말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늘 열린 농협금융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최종 선임되었으며, 임기는 2025년 2월 3일부터 2027년 2월 2일까지 2년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당시 은행장을 겸임한 초대 신충식 회장 이후 대부분 경제 관료 출신이 회장 자리를 맡아왔다. 2대 신동규, 3대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4대 김용환닫기김용환기사 모아보기, 5대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현 7대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회장 모두 관료 출신이었으며 6대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회장만 내부 인사였다.
이 회장 역시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1966년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정책 설정의 중심 중 한 명이며 22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지주 회장을 기용해 왔다. 이에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가 이 회장을 농협금융 수장 자리에 선임할 것을 두고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현 정부와 차기 정권 변화를 모두 염두에 둔 인사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은행권 금융사고 주요 사례./ 자료=한국금융신문 집계
이미지 확대보기농협금융은 작년 3분기까지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무려 16건의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100억 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도 3건에 달한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농협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을 지목하고 있다. 횡령, 부당대출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은 농협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금감원의 의견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부터 농협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더불어 농협금융지주에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이 회장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금융당국 모두가 만족할 내부통제 강화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5대 금융지주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비교 표./ 자료 = 각 사
이미지 확대보기개별 성적을 보면 훌륭하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농협금융은 현재 5대 금융그룹 중 가장 저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리딩 그룹인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농협금융과 비교할 때 2조원 이상 앞서 있으며, 3위인 우리금융(2조6591억원)과 비교해도 3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금융지주 순익 만년 5위에서 탈피하기 위해 실적 개선 또한 이 회장의 주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NH농협금융 당기순이익 중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차지했던 비중은 71.5% 수준이었다. 증권과 생명보험 포트폴리오는 잘 갖춰져 있지만, 이외 계열사의 그룹 내 역할이 크지 않아 은행 집중도가 크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계열사별 고른 성장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개별 업권에서 선두를 치고 나가는 회사가 뚜렷하게 없다”며 “5대 금융지주라는 명성에 걸맞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