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국금융신문
23일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의 총주주환원율(TSR)을 산출했다. 데이터 집계 기간은 두 회사 상장 시점을 기점으로 올해 12월 19일까지로 했다. 그 결과, 두 회사 모두 상장일 대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수익률이 극히 낮았다.
이달 19일 종가 기준 크라운제과는 8050원, 해태제과식품은 6280원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른 TSR은 크라운제과가 -55.86%, 해태제과식품은 -68.78%다.
장남과 사위가 지키는 두 개의 과자집은 2016년을 기점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나란히 상장했다. 앞서 해태제과식품이 1972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한 바 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2001년 11월 상장 폐지됐다.
해태제과식품은 그로부터 14년여 만인 2016년 5월 11일 증시에 복귀한다. 당일 종가 2만4600원이었다. 이듬해에는 크라운제과가 존속법인 지주회사인 크라운제과홀딩스로부터 식품제조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돼 상장됐다. 2017년 4월 11일로, 2만2200원에 증시 입성 첫날 거래를 마쳤다.
TSR은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값으로, 주주가 주식을 산 후 일정 기간 주가 차익과 배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컨대 주주 A, B가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 상장 당일 각각 주식 1000만 원어치 샀다고 가정해보자. 크라운제과 주식을 산 A는 7년이 지난 현재 558만6000원을, 해태제과식품 주식을 산 B는 8년이 지난 현재 687만8000원을 잃게 된다.
크라운제과는 상장일 대비 현재 주가가 –63.74% 빠졌고, 해태제과식품은 –74.47% 떨어졌다. 반면 누적 배당금에서는 크라운제과가 지난 7년간 1750원을, 해태제과식품이 지난 8년간 1400원을 집행했다. 이 누적 배당금은 상장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크라운제과가 7.88%, 해태제과식품이 5.69%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두 회사의 누적 주가상승률과 누적 배당수익률을 합산하면 TSR 값이 나온다.
크라운제과홀딩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355억 원을 기록했다. 크라운제과가 4347억 원, 해태제과식품이 5863억 원이다. 크라운제과홀딩스는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을 주력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1947년 고 윤태현 창업주가 서울역에 ‘영일당제과’를 설립해 식용 글리세린을 바른 팥빵을 만들었다. 1956년 사명을 ‘크라운제과’로 변경했고, 4년 뒤 국내 최초 샌드형 비스킷인 ‘크라운산도’를 선보였다.
윤태현 창업주는 크라운산도 흥행으로 사세가 확장하면서 1969년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장남 윤영달 회장을 불렀다. 이듬해 국내 최초 스낵과자인 ‘죠리퐁’이 등장했다. 당시 제과시장은 해태와 동양제과(현 오리온)가 양분한 상황이었다.
이에 윤 회장은 기존 납품 시스템인 ‘도매상-소매상’에서 소매상에 직접 납품하는 방식인 ‘루트 세일’을 처음 도입했다. 윤 회장과 함께 크라운제과는 ‘쵸코하임’과 ‘빅파이’, ‘쿠크다스’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갔다. 그러다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 현 크라운제과 대표(사장)가 지난 2000년 크라운베이커리 디자인실 실장으로 들어와 경영을 이어받았다. 1971년생 윤 대표는 크라운제과 재경·마케팅 담당 상무를 거쳐 2010년 대표직에 올랐다.
2005년에는 경영난에 시달렸던 국내 제과업계 2위 해태제과를 전격 인수했다. 윤영달 회장의 장녀 윤자원 씨 남편이자 사위인 신정훈 현 해태제과식품 대표가 당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1970년생 신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크라운제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후 해태제과 재경관리본부장(상무)으로 합류한다. 신 대표는 지난 2014년 일본 가루비의 ‘해피니스버터칩’에서 영감을 얻은 ‘허니버터칩’을 출시하면서 해태제과식품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호시절도 잠시,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 주가가 낮은 경쟁력을 보이는 것에는 지나치게 높은 내수 의존도에서 나온다. 두 회사는 현재 해외법인이 없다. 동종업계인 오리온이 해외에서 6곳의 법인을, 롯데웰푸드가 7곳의 법인을 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해외 생산시설도 오리온이 11곳, 롯데웰푸드는 20곳이다.
반면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은 수출용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기준 수출 현황은 크라운제과가 265억 원, 해태제과식품이 480억 원이다. 두 회사의 전체 연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은 크라운제과가 6.1%, 해태제과식품이 8.2%다. 오리온, 롯데웰푸드는 해외 비중이 각각 60%, 20%가 넘는다.
K푸드가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의 수출 실적을 보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오리온과 롯데는 인도를 신흥 시작으로 지목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도 충남 아산에 수출용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국내 경기가 저성장, 저출생 기조에 갇히는 국면에서 크라운해태홀딩스의 두 과자집의 활로 창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두 회사의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를 보면 기업 경영마저 불투명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이 33.3%에 불과하다. 반면 오리온홀딩스와 롯데웰푸드는 준수율이 각각 66.7%와 73.3%로, 크라운해태홀딩스보다 두 배 이상 준수했다.
대표적으로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주주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주총 4주 전 공고나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등을 지키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 역시 윤영달 회장의 장남이자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인 윤석빈 대표가 맡는 구조다.
윤 대표를 포함해 이사회는 총 4명인데, 그중 3명이 사내이사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내 별도 기구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사내이사가 대다수인 이사회가 회사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영달 회장 역시 크라운해태홀딩스 미등기 임원으로 등기됐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보고서에서 “이사회 구성에서 전문성, 책임성, 다양성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여러 요건을 세세하게 규정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