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2조7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순이익(2조6697억원) 대비 2.8%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조19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견조한 대출 잔액 확대로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일반 자회사 실적도 개선되면서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기업은행은 2021년 순이익 2조원대에 진입하며 NH농협금융지주를 앞서기 시작했다. 작년 순이익은 농협금융(2조2343억원)보다 약 4300억원 넘게 많았다. 다만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NH농협금융지주(2조3151억원)와 비교하면 1200억원가량 적은 수준이다.
김성태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강조하고 있는 균형 성장 전략을 이어가면서 내년 수익성을 보다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행장은 올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자금 지원을 중심으로 대출 자산을 견조하게 늘리면서 지난해 3월 취임 후 제시한 총자산 500조원 달성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기업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총자산(연결)은 502조7250억원으로 지난해 말(488조80억원) 대비 3% 늘었다. 은행 기준 총자산은 전년 말(452조8150억원) 대비 2.5% 증가한 464조45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자금 지원을 중심으로 대출 자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87조960억원에서 올 9월 말 297조300억원으로 3.4% 늘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82%의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시장 경쟁 심화에도 3분기까지 전년 말 대비 4.2% 증가한 243조5820억원의 대출 잔액을 쌓았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23.32%로 0.08%포인트 높아졌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비은행·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 다각화에도 주력한다. 꾸준한 중소기업 대출 성장과 함께 개인·비이자·디지털·글로벌·자회사 부문 균형성장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비이자이익·비은행 수익 확대는 김 행장의 핵심 과제다. 앞서 김 행장은 비이자이익의 적정 비중을 20~30%로 설정한 바 있다.
현재 기업은행의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8.2%였던 비이자이익 비중은 올 3분기 누적 6.4%로 낮아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 비이자이익 비중은 8.5% 수준이다.
기업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020년 6145억원, 2021년 5971억원, 2022년 3844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6487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올 3분기 누적 3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비은행 자회사 실적도 끌어올린다. 올 3분기 누적 기업은행 일반자회사 순이익은 262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다만 일반자회사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그친다.
김 행장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지난해 말 IBK벤처투자를 설립해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 및 글로벌 IB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MG손해보험 인수 참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비은행 자회사 운영·지원 체계 개선도 추진한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비은행 부문 운영체계 및 지원체계 개선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번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연말 비은행 부문 개편을 추진하고 내년 1월 업무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 이익은 내년까지 2500억원 규모로 늘린다. 기업은행의 해외법인 3개사(중국유한공사, IBK인도네시아은행, IBK미얀마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3.6% 감소했다.
기업은행은 글로벌 생산 거점 중심의 네트워크 확대와 핵심지역 점포망 강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벨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은행이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한 사례는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김 행장은 취임 후 첫 해외사업으로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폴란드에 사무소를 개소한 바 있다.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진출 중소기업들의 금융애로해소와 현지기업 지원을 위해 올 3월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설립 인가에 이어 영업 인가를 취득해 내년 법인을 조기 출범할 계획이다. 신설될 폴란드법인은 유럽의 주요 생산기지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추가 지점 개설과 유럽 진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점 법인 전환 인가를 앞당기기 위해 김 행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7년 베트남중앙은행에 베트남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7월 내방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에게 조속한 법인 인가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24 한국-베트남 투자협력포럼'에서 응우옌호아빈 수석부총리와 면담을 갖고 베트남 사업 확대를 위한 유리한 요건 조성을 당부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베트남에 호치민과 하노이 지점을 두고 있다. 베트남 법인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더해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동남아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