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하나금융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르면 이번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한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난달 말부터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한 일정 논의와 외부 후보군 물색 등의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회장 롱리스트와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추린 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회추위 일정은 금융감독원의 지주·은행 모범관행을 반영해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지난 2022년 하나금융 수장으로 오른 함영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함 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2022년 당시 하나금융 회추위는 그해 1월 롱리스트를 선정한 후 2월 최종 후보 선정을 마친 바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한다. 이정원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박동문·이강원·원숙연·이준서·주영섭·이재술·윤심·이재민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있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함 회장은 취임 후 하나금융의 이익 체력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등 재무 성과 측면에서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취임 후 지난 2년간 3조원 중반대의 견조한 당기순이익을 지켜왔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022년 3조5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3조4217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3조2254억원으로, 올해 연간으로는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1년 전보다 11.6% 늘어난 3조8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임 전부터 이어져 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점도 연임에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대법원2부는 지난 7월 말 함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당초 연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이 이슈도 해결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함 회장 연임시 임기가 최대 3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규범상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총일까지로 한다’에서 ‘해당일 이후’를 ‘해당 임기 이후’로 변경했다.
개정 전 규범에 따르면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2027년 3월까지만 재임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2028년 3월까지 최대 3년의 임기를 더 채울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 기간 차기 CEO를 낙점하기 위한 평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함 회장의 남은 사법 리스크는 변수로 꼽힌다. 함 회장은 현재 하나은행 채용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상고한 상태다.
차기 회장 내부 후보군으로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인사와 이은형 부회장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외부 자문기관 등을 활용해 회장 경영승계 후보군(롱리스트)을 매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내부 9명, 외부 5명 등 총 14명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우선 그룹 부회장단이 차기 회장 핵심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재 하나금융 부회장은 강성묵·이승열·이은형 총 3인이다. 이들은 그룹에서 각각 그룹손님가치부문장, 미래성장전략부문·그룹브랜드부문장, 그룹글로벌부문·ESG부문장을 맡아 핵심 사업을 챙기고 있다.
여기에 이호성 대표가 최근 신임 하나은행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승계구도에 포함됐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은행 일선 영업 현장에서 활약해오며 풍부한 영업 경험과 방대한 네트워크를 쌓은 인물이다.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 등 굵직한 영업조직을 이끌었다. 영업력을 내세워 상고 출신에서 지주 회장까지 오른 함 회장과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대표에 대한 함 회장의 신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는 하나카드를 이끌면서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로그’ 흥행과 실적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다. 내년 금리 인하 등으로 은행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영업력 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강성묵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강 대표의 연임은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에서 대전영업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중앙영업2그룹장 등을 지낸 ‘영업통’이다.
2015년 대전영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충청영업그룹장을 맡고 있던 함영주 회장과 손발을 맞춰 충청영업그룹을 전국 실적 1등으로 끌어올렸다.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 리테일부문 총괄부사장,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하나증권을 이끌고 있다.
이 행장은 이달 말 2년 임기를 마치고 하나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나금융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이 행장은 함 회장의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작년 1월부터 하나은행장으로 일하면서 재무뿐 아니라 영업 역량도 발휘했다.
하나은행은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3분기까지 2조78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보상 및 환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지만 견조한 대출 자산 성장이 이어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0.5% 늘었다.
강 대표와 이 행장, 이 대표는 함영주 회장 체제 키맨 3인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강 대표와 이 행장의 경우 현재 지주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강 대표와 이 행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함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인 체제’를 구축했다.
강 대표와 이 행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이 행장의 경우 계열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지주 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하면서 경영 역량을 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사내이사는 아니지만 내년부터 핵심 계열사인 은행 경영 경험을 쌓아 승계구도에서 입지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 적용으로 지주 차기 회장 선임 일정도 빨라졌다”며 “함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만큼 3개월 전인 이달 중 본격적으로 회추위를 개시하고 최종 후보도 예년보다 빠르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