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분기~2024년 3분기 국내 신탁사 영업용순자본비율 변동 추이 / 자료=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이미지 확대보기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란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신탁회사가 그 의무를 대신하는 신탁상품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미이행할 경우 신탁사가 대주단에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신탁사의 경우 추가적인 리스크가 있으므로 사업비의 2% 상당의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부동산 불경기가 겹쳐 제대로 된 공사가 불가능할 경우 지게 되는 위험부담도 크다.
무궁화신탁은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PF사업장 67개 중 35개 사업장이 책임준공형으로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궁화신탁은 부동산 활황기에 수수료가 비교적 높은 책임준공형 사업 비중을 크게 높여왔다. 2019년 책임준공형 사업 규모는 679억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1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책준관리형 토지신탁은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 혹은 지방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동산 불경기가 길어지며 지방 사업장이 경쟁력을 잃고, 지방 중소 건설사가 폐업이나 회생절차에 들어가 정상적인 공사가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늘면서 위험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무궁화신탁은 나머지 중에서도 32개가 마찬가지로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해 자본조달 리스크가 있는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사업 대부분이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구성돼있었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갖고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명령 부과를 의결했다. 경영개선명령은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조치인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고조치다.
금융위의 경영개선 명령 부과에 따라 무궁화신탁은 유상증자 등 자체 정상화, 객관적 실사 후 제3자 인수 등을 추진하고, 이를 반영한 경영개선계획을 내년 1월 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무궁화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경영개선명령 기준인 100%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궁화신탁이 공시했던 12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이에 무궁화신탁은 최근 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책준형 토지신탁발 리스크가 무궁화신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탁업계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자금을 대여한 신탁계정 대여금이 2022년 12월 말 2조 5833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6조7000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9월말 기준 무궁화신탁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신탁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은 537.3%로 규제 수준(150%)을 웃돌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우리자산신탁(3565%), KB부동산신탁(1564%), 신영부동산신탁(1398%) 등 우량한 모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차입형 리스크가 크지 않은 곳들이 포함돼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신탁사들 중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9월 1413%였던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올해 9월말 536%로 급하락했고, 대신자산신탁 역시 1326%에서 635%로, 대한토지신탁은 1036%에서 722%로, 신한자산신탁은 997%에서 204%로 크게 줄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대출규제 기조가 맞물리며 내년 부동산시장도 침체 내지는 관망세가 짙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렇게 되면 서울 외 부동산은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 사업장이 무너지면 책준형 등 리스크가 큰 상품에 대한 부진 우려도 커질 것이고, 현재 위기가 책준형을 주로 취급하던 신탁사 전반에 전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