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사옥. /사진=하나투어
28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1267억 원)보다 25.8% 증가한 1594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하나투어는 지난 1·2분기에도 매출이 각각 120.8%, 59.8% 오르는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하나투어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2921억 원) 대비 62.4% 오른 47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 매출(4116억 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익 면에선 조금 다른 양상이다. 하나투어는 이번 3분기 영업이익이 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하락했다. 큐텐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 부도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6월과 7월 티몬, 위메프로부터 패키지 정산금 약 63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미정산 금액을 전액 대손 처리했다. 다만, 하나투어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73억 원으로, 전년(229억 원)보다 62.9% 늘었다. 하나투어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도 전년보다 11.3% 뛴 504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투어 2030세대 패키지. /사진=하나투어 IR자료
이미지 확대보기‘하나팩 2.0’은 고객들이 단체여행을 하면서도 자유여행을 하듯 개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한식보다 현지 맛집으로, 숙박은 시내 중심가 호텔로, 쇼핑보다 관광 명소 중심으로 패키지를 꾸렸다.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저가만을 고집하는 기존의 여행 패키지 홍수 속에서,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려는 풍조가 차츰 생겨나는 것을 잡아낸 것. 엔데믹과 함께 보복 여행 심리가 폭발하면서 미국과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장거리 패키지 수요도 봇물 터졌다.
또한 하나투어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50세 이하 여행객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점에 주목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시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연령대를 낮춰야 했던 것. 이런 점에서 ‘하나팩 2.0’은 시대적 흐름을 읽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플랫폼업계까지 여행 시장에 뛰어들면서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항공과 숙박, 액티비티를 한데 묶어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산업이다.
이를 반영, ‘하나팩 2.0’은 기존 패키지의 주된 불만 사항이었던 단체 쇼핑과 선택 관광을 제거했다. 또 가이드나 운전기사에 대한 추가 경비나 팁도 일절 없앴다. 만약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일정과 다르게 움직이면 이를 마일리지로 보상해줬다. 남극 크루즈 여행이나 베르사유 궁전 숙박, 이탈리아 포르쉐 드라이브, 알래스카 빙하 투어 등 일반 패키지로는 경험해볼 수 없는 테마형 패키지로 여행객을 끌어모았다. 만 35세 이하 2030 세대에게는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패키지도 만들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동행하거나 버킷리스트 여행지를 엄선해 취향껏 즐기도록 한 ‘밍글링 투어’가 좋은 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네 명이서 뭉쳐 떠나는 소규모 단독여행 ‘우리끼리’도 인기다. 아울러 특별한 경험을 희망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럭셔리 패키지인 ‘제우스월드(ZEUSworld)’를 맞춤형으로 내놓기도 했다.
‘하나팩 2.0’은 하나투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나투어 중고가 패키지 여행객은 전체 패키지 여행객의 약 30%다. 중고가 패키지는 기본 단가가 높은 만큼 매출 비중에서 전체 패키지 판매액의 절반(50%)을 차지한다. 그중 하나투어가 의도한 대로 유럽과 북미 등 중장거리 노선을 중고가 패키지로 다녀온 이용객은 46%나 된다. 일반 패키지로 중장거리 노선을 다녀온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하나투어 패키지 이용 현황에서 유럽과 북미 패키지 여행객 수는 전체의 15%에 그쳤지만, 패키지 매출 규모에서는 그 비중이 43%로 확대됐다.
하나투어 모바일 앱 기능 개편. /사진=하나투어 IR자료
이미지 확대보기무엇보다 하나투어는 앱 기능에서 AI에 집중했다. 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직관적으로 개편한 점도 눈길을 끈다. 편리하게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며, AI가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상품에 대한 자질구레한 설명을 지우고, 핵심만 짚어 가독성을 높였다. 결제 역시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바꿨다. 현지 여행객끼리 자유롭게 소통하는 ‘하나오픈챗’과 챗GPT가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AI 챗봇 서비스’,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으로 여행 트렌드를 전달해주는 ‘숏플’과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인 ‘하나라이브’ 등도 만들었다. 이에 지난달 하나투어 온라인 이용자 수는 123만 명을 기록, 전년(101만 명)보다 21.8% 증가했다. 하나투어 온라인 전체 회원 수도 806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한국관광데이터렙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출국자 수는 1992만 명이다. 그중 하나투어를 이용해 해외로 떠난 여행객은 259만 명이다. 하나투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이다. IMM PE는 최근 하나투어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지분 16.68%와 창업주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의 지분 6.53%, 공동 창업주인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의 지분 4.48%를 포함한 27.78%에 경영권을 얹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현재 시가총액은 9500억 원으로, 매각가는 최소 3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마침 최근 중국 무비자 여행이 시작되면서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하나투어 측은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개인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선보여 디지털 혁신을 이끌 것“이라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