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는 면세업과 호텔업을 중심으로 한다. 신세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면세, 패션, 가구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세부적으로 다소 다른 사업을 전개하지만 삼성가 출신의 대표 여성 CEO가 이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수익률을 살펴봤다.
한국금융신문이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이 사장의 호텔신라와 정 회장의 신세계의 누적 총주주환원율(TSR)을 산출했다. 기간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9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다. TSR은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값으로, 주주가 일정기간 주가 차익과 배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25일 딥서치 분석 결과 양사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나마 신세계가 손실이 적었다. 신세계가 –36.07%, 호텔신라는 –42.35%다. 2019년 1월 2일 2명의 주주가 신세계와 호텔신라에 각각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5년 10개월간 신세계에서는 639만 원으로, 호텔신라에서는 576만 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호텔신라의 손실 폭이 더 큰 데는 업황 특성이 반영됐다. 호텔신라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면세점이 차지한다. 코로나19 직격탄과 업계 ‘큰손’인 중국 단체관광객의 감소, FIT(개별관광객) 중심의 여행 형태 변화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같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은 더욱 확대됐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출입객수가 90% 이상 급감하면서 공항점 매출이 대폭 줄었고,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가 90%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선 TSR 산정 기간 호텔신라 주가는 2018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7만6500원(종가 기준)에서 2024년 10월 31일 4만4600까지 41.7% 하락했다.
신세계 역시 코로나19 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오프라인 쇼핑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명품으로 대신하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유행하면서 명품 덕을 톡톡히 봤다. 그나마 호텔신라보다는 기댈 곳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웃을 상황은 아니다. 신세계의 주가도 주저앉긴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25만6000원에서 15만3800원으로 주가가 39.9% 빠졌다.
이후로도 호텔신라와 신세계 주가는 약세를 지속, 지난 22일 기준 호텔신라는 3만8750원까지 13.1%, 신세계는 13만 원까지 15.5% 더 밀려난 상태다.
이에 시장에선 주가 재평가를 위해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올해 7월 자사주를 담보로 1328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 대상은 호텔신라 보통주 213만5000주다. 호텔신라는 이와 관련해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회사채무 상환 목적에 사용했다.
호텔신라는 1991년 상장 이후 주주환원을 위해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없다. 최근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호텔신라는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어떨까. 신세계에도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주주 배당 수준을 확대했다.
사업연도 2020~2022년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환원재원으로 하고, 이 환원재원이 주당 1500원을 미달하면 최저 주당 1500원을 배당하도록 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은 환원재원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0~15%로 늘리고 주당 3500원을 밑돌면 최저 주당 35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와 관련해 “배당 기준을 완화한 것은 주주의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배당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딥서치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누적 배당수익률은 호텔신라가 1.05%, 신세계가 4.79%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