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승계 전후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주가 변동성이 싫지만 예금이자보다 높은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꼭 맞는다.
효성그룹과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배분이 고른 우량 자회사들을 거느리면서 비교적 최근 승계가 이뤄진 기업집단이다.
한국금융신문이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효성그룹 지주사 ㈜효성 2019년부터 2024년 3분기말까지 누적 총주주환원율(TSR)을 구했더니 41.6%가 나왔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17.7%로 집계됐다.
두 지주사 공통점은 주가 수익률은 실망스러운 반면 배당 수익률이 쏠쏠하다는 점이다. 5년 9개월간 주가 수익률은 ㈜효성이 3.6%, 한국앤컴퍼니가 3.0%에 불과하다. 하지만 배당 수익률은 각각 38%, 14.8%를 기록했다.
배당 수익률은 실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 기준으로 계산하기 위해 당해연도 배당금을 주주명부가 닫히는 직전년 종가를 나눠 산출했다.
이에 따른 ㈜효성 연도별 배당 수익률은 ▲2019년 6.3% ▲2020년 6.5% ▲2021년 6.9% ▲2022년 6.7% ▲2023년 4.7%다. 한국앤컴퍼니는 ▲2019년 2.4% ▲2020년 3.4% ▲2021년 3.8% ▲2022년 4.7% ▲2023년 4.5%다.
두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을 안겨주는 배경은 ‘오너가(家) 3세’ 승계와 연관해 해석된다. 실제 한국앤컴퍼니가 배당률을 높인 2020년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닫기조현범기사 모아보기 회장에게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량을 증여한 시기다.
효성 조현준닫기조현준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지난 5월 조석래닫기조석래기사 모아보기 명예회장 별세 후 잔여 지분을 상속받았다. 50%에 이르는 막대한 증여·상속세율을 감당하기 위해 배당을 끌어올린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높은 배당 매력에 이끌려 이들 기업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대주주 세금 이슈와 맞물린 고배당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증여·상속세 납부가 끝나는 시점을 고려한 탈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앤컴퍼니는 당분간 고배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범 회장이 3600억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현재 어느 정도 납부했는지 차치하더라도, 이를 부담하기 위해 계약된 주식담보대출 이자만 해도 상당하다.
이달 중순 기준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27.07%를 담보로 1900억원을 이율 4.95~5.6%에 빌렸다. 한국타이어 지분 2.68%로는 이율 5.2~5.6%에 750억원을 대출했다. 여기에 지난 2020년에는 연부연납 제도(이율 3.5%)를 통해 한국타이어 지분 3.55%를 공탁했다. 단순 계산으로 주담대 대출원금만 2650억원, 이자는 연 140억원 가량이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가족간 지분을 나눠 가져 상속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을 합쳐도 1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모으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 주담대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조현준 회장 주담대 이자부담은 사촌동생인 조현범 회장을 뛰어 넘는다. ㈜효성 28.07%, 효성티앤씨 13.83%, 효성화학 6.42%, 효성중공업 5.15% 등 상장사 지분으로만 6700억원 가량을 대출했다. 연간 이자비용만 355억원으로 추산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