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생 /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 1988년 아시아나항공 입사 / 2007년 전략기획팀장 / 2008년 전략기획담당 임원 상무 / 2015년 미주지역본부장 / 2017년 경영관리본부장 / 2018년 에어부산 기타비상무이사 / 2019년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 2019년 에어서울 사내이사 / 2020년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 2023년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함께 하면서 아픈 손가락이었던 제주항공을 엄지손가락으로 바꿔놓았다.
11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1조2289억 원) 대비 16.1% 상승한 1조4273억 원(잠정)을 기록했다.
일본 소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노선을 취항하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늘리면서 탑승객을 끌어모았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코로나 역성장을 끊어내고 3년 연속 상승세를 탔다.
제주항공은 직전 분기에서 고환율 여파로 항공기 임차료, 정비비, 유가 등이 폭등하면서 95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러나 3분기에는 중·단거리 노선에 대한 압도적 점유율로 여름 성수기 여행 수요를 흡수하면서 영업이익 395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코로나 악몽을 털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2019년 1조3840억 원이었던 매출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2020년 3770억 원까지 267.1% 급감했다.
이후 2021년 2731억 원으로 내려가다 화물 사업을 꾸리면서 2022년 7025억 원으로 반등하기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7240억 원을 기록하면서 엔데믹 효과와 함께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수익성에서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2019년 불매 운동 여파로 32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코로나를 만나 2020년 3358억 원, 2021년 3172억 원, 2022년 1775억 원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1698억 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코로나라는 난기류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한 조종사의 공이 컸다. 그 조종사가 바로 김이배 대표다.
1965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초창기 시절부터 합류해 30년 넘게 항공 일선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팀장부터 전략기획담당 임원, 미주지역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전무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주로 노선 수익성 개선이나 임금협상 등의 업무를 맡았다. 제주항공과는 지난 2020년 6월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제주항공은 과거사가 발단이 된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허덕이던 때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경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제주항공은 일본과 동남아 지역 노선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단거리 비중이 높다.
특히 중국마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들어가면서 하늘길을 아예 봉쇄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비상상황에서 제주항공 조종키를 잡았다. 그가 제주항공 구원투수로 투입된 2020년은 회사 부채비율이 439.0%에 달했다.
김 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수익을 내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 기간 여객 사업이 중단된 만큼 화물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LCC 업계 최초로 화물 전용기 2대를 들여왔다.
미국과 중국에서 직구 수요가 높아지면서 물류 시장도 함께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제주항공 화물 매출은 2021년 52억 원에서 2022년 206억 원, 2023년 348억 원으로 매해 증가세다.
팬데믹 기간 화물 사업에 주력했던 김 대표는 엔데믹과 함께 노선 확보에 나섰다. 한국~일본 탑승객 1위 항공사답게 마쓰야마, 시즈오카, 오이타, 히로시마 등 일본 소도시 취항에 공들였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다양한 명소를 하늘길로 연결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여객 매출은 1조61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 여객 매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이 경우 제주항공은 지난해 일본에서만 약 480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은 최근 국내 LCC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바탐, 발리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바탐, 발리는 인도네시아 3대 관광 도시이면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제주항공은 지난 10월부터 인천~바탐 노선을 주 4회, 인천~발리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 대표는 부산/무안~코타키나발루, 부산~가오슝, 무안~방콕 등 지방발 국제선 확대에 힘을 줬다. 제주항공은 현재 50개 국가, 73개 노선에 취항 중이다.
김 대표는 항공 서비스 개선에도 열을 올렸다. 먼저 반려인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지난 4월 반려견 전용 항공기를 선보였다. 반려견을 케이지가 아닌 전용 시트에 싣고, 옆 좌석에 앉히는 식이다. 보호자 2명과 반려견 1마리가 함께 탑승할 수 있으며, 편당 보호자 114명과 반려견 57마리가 수용된다.
김포~제주 국내선으로, 현재까지 네 차례 운항했다. 제주항공은 나아가 반려동물 검역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베트남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반려동물 동반 탑승 실적은 전년 대비 10.9% 증가한 1만1324건을 기록했다.
또한 김 대표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면세 사업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9월, ‘기내 면세 사전예약 서비스’를 출범한 것이다. 이메일이나 주문서로 예약할 수 있었던 기내 면세 구매 서비스를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탑승객은 항공편 구매 단계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기내 면세품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기내 면세는 위스키, 화장품, 향수, 건강식품 등 220여 개가 넘는다. 그 외 매운맛을 선호하는 탑승객을 위해 불닭 소스를 활용한 사전 주문 기내식도 마련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리스 형태였던 항공기 운용 방식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김이배 대표의 결단으로, 환율에 취약한 항공기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보잉사로부터 B737-8 항공기 50대(확정구매 40대, 옵션구매 1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B737-8 항공기 2대를 들여왔고, 운용 중인 항공기 B737-800NG 3대도 구매 형태로 바꿔놓았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41대로, 이 중 구매기만 5대다. 제주항공은 이달 5일에도 이사회를 열어 395억 원을 투입, 리스 항공기를 구매 형태로 추가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김이배의 제주항공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산업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2024 대한민국 CEO 명예의 전당’에서 항공부문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제주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운항을 통해 고객들에 행복한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