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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종투사’ 그만…글로벌 리그 경쟁 절실 [종투사 제도 중간점검 (하)]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4-11-11 00:00

자기자본 무관 사업구조 비슷
대형화 진행형…우량 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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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종투사’ 그만…글로벌 리그 경쟁 절실 [종투사 제도 중간점검 (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는 증권사 대형화에 초석이 됐다. 반면, 모험자본 공급보다 수익성을 쫓아 손 쉽게 부동산금융 등을 늘렸다는 평도 듣고 있다. 만 10년이 된 종투사 제도 중간점검 차원에서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제도 정비, 개선 방향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정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글로벌이다.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중기적인 수익기반과 영업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자기자본을 키운 증권사들이 국내 리그에서 유사한 수익모델로 싸우는 게 아니라, 글로벌 리그에서 역량을 쌓고 트랙레코드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韓 해외점포 수익비중 '미흡'
10일 금융감독원의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국내 증권사 14개곳 해외점포는 15개국에 73곳(현지법인 63개, 사무소 10개)으로 집계됐다. 

현지법인 자산총계는 한화 48조9000억원으로, 14개 증권사 총자산의 11.3% 수준이었다.

또 현지법인의 자기자본은 9조9000억원 규모로, 14곳 증권사 자기자본의 16.5%로 나타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IB의 발전전략 및 한국형 IB의 과제’(2023년 3월) 리포트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은 증가했으나, 성과는 다소 부진하다"며 "2020년 기준 주요 해외 IB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0~50% 내외로, 한국 증권업의 10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리포트는 2013년 종투사 도입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증권사 별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중형사(1조~3조원), 소형사(1조원) 미만의 증권사 수익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종투사 기업여신 중에서 SPC(특수목적법인) 및 부동산 관련 여신 비중이 높고, 단기 수익증대를 위해 ELS/DLS(파생결합증권) 발행,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보증 확대에 집중됐다고 짚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리포트는 연기금·국부펀드와 동반 해외진출, 해외투자 관련 세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M&A(인수금융) 시장 활성화, ECM(주식자본시장)·DCM(채권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등 기업금융 역량 강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글로벌 사업은 과수(果樹)농업”
실제로 금투업계 내부에서도 글로벌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해외사업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단기성과 추구 경향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증권사 해외부문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을 굳이 농사에 비유하자면 과수(果樹)농업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며 "장기에 걸쳐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은 국가 별 정책 및 제도가 서로 달라서 정확히 체크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꾸준한 현지 네트워크 형성, 현지 고객사, 기관과 협업 및 보완으로 사업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됐다가, 최근에는 선진국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중심지에서 현지 기관들과 활발한 교류를 늘리고 있다"며 "특히 스폰서 중심의 마케팅을 확대해서 양질의 딜(deal)에 대표주관으로 참여하고 셀다운(재매각)을 하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우 엄격한 규제 잣대가 존재하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 역동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hub) 성장은 주요 과제다. 예컨대, 한국계 홍콩법인들이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일본계 등 아시아 지역 플레이어(regional player)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지금보다 자본금, 인력, 인프라 측면에서 보강이 필요하다. 금투업계 IB 부문 관계자는 "수동적인 단순 참여보다, 대표주관사 등으로 진성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IB와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진출 양상과 시사점'(2023년 10월) 리포트에서 "국내 증권사 당기순이익 중 해외 현지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며 "국외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투자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진입의지-기존 내실화 '양바퀴'
금투업계에서는 규제완화가 글로벌IB 도약을 위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화를 위한 베네핏(이점)으로 영업행위 규제를 완화하거나, 자본규제 완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예컨대, 증권사는 은행과 영업형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바젤3에 따른 자본규제로 NCR(순자본비율)과 함께 이중규제가 돼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IB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의 대형화, 글로벌 진출을 통한 성장이 확대돼야 한다"며 "정책당국의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행 종투사 제도의 정비 필요성도 꼽았다. 국내 종투사 증권사는 2024년 11월 현재 총 9개사다. 초대형IB는 5곳이고, 이중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은 발행어음 사업자는 4곳이다.

다만, 자기자본 8조원 이상에 허용되는 종합투자계좌(IMA) 증권사는 전무(全無)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라이센스 별 인센티브를 상향 및 하향할 필요성이 있다"며 "중소형사의 종투사 진입 의지를 강화하고, 동시에 기존 종투사는 사업의 내실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종투사 제도 금액 기준 상향이 필요하다"며 "대형화로 고객 보호 및 안정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효율성 평가와 시사점(2024년 9월)' 리포트에서 "증권사의 대형화를 촉진한 정책당국의 종투사 제도와 자본규제 개편은 증권업의 평균비용을 낮추는 데 이바지했으나,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시장분할, 대형사의 해외진출 등이 가능한 효율적 산업구조를 촉진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은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체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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