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6구역 계약해지된 HDC현산 소송 준비…과거 사례보니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계약을 해지한 서울 강서구 '방화6주택재건축'(방화6구역) 조합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HDC현산은 최근 방화6구역의 재건축 시공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방화6구역 재정비 사업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16층, 11개 동, 총 55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HDC현산 측은 조합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부당함이 있어 채권 확보를 위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적 검토는 공사비 갈등으로 파생됐다. 지난해 4월 이주·철거가 완료됐으나, 공사비 인상에 따른 갈등이 이어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조합은 당초 2020년 시공사와 3.3㎡당 471만원에 공사비를 정했다.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는 727만원으로 공사비를 합의했다. 이후 시공사가 758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며 법적 분쟁도 일어났고, 지난 2월에는 조합장 등 임원·대의원이 새로 선출되기도 하면서 계약해지 결과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건설업계의 현시점에서 공사비 인상 요청은 필수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원자잿값·인건비로 인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만 공사비와 관련해 여러 소송전이 있었다. 쌍용건설과 KT의 공사비 갈등이 대표적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의 판교 신사옥 건립 공사를 사업비 900억원대에 수주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가가 폭등하고, 인건비와 원자잿값이 인상되며 수주 가격보다 약 171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됐다. 쌍용건설은 상승분을 청구했지만, KT는 추가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갈등이 커진 바 있다.

특히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의 경우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와 갈등을 겪다가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한 바 있다. 결과는 조합이 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프리미엄 사업단)에 525억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4일 3개 건설사가 조합을 대상으로 제기한 2077억원 규모 시공자지위확인소송에서 화해 권고를 결정했다. 법원은 오는 12월31일까지 조합이 GS건설에 199억5000만원, 포스코이앤씨 168억원, 롯데건설 157억5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소송은 방화6구역과 비슷한 사례이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사업단이 방배5구역 조합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14년 6월 개최한 총회에서 사업단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재건축을 통해 단독주택 1203가구에서 44개 동, 2557가구 규모로 계획됐으며 총공사비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조합과 사업단은 사업계획과 대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조합은 2017년 사업단에 공사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현대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에 사업단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공사가 이행됐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2077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공사비를 추가로 청구하며 갈등을 겪었다. 롯데건설은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 등과 공사비 갈등을 겪었다. DL이앤씨의 경우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1645억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공사비는 30%가 상승했지만, 착공 후 물가 변동은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공사비 인상은 필수적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며 “특히 방화6구역의 경우 공사 기간도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한 부분에 대해 협의 없이 해지한 부분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화6구역이 다른 시공사와 계약을 한다고 한들, 공사비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시공사·조합 모두가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화6구역 조합은 최근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한화 건설부문 등 5개 시공사가 참석했다. 조합은 지난달 25일 시공자 입찰 공고를 냈고, 입찰 마감은 12월20일까지다.

조합은 과도한 입찰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손해배상 규정까지 명시하면서 입찰 문턱을 과도하게 높여놨고, 입찰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건설사가 아니라면 입찰참여 자체가 불가능할 상황이라고 평가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