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NPL 투자사의 실적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법 내에 채권의 양도를 제한하는 규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NPL 투자사들은 취급하는 NPL이 대다수 처음 양도된 채권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달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 하위규정에 채권 양도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번 법 도입으로 인해 ‘세 번 이상 양도된 채권’의 양도가 금지됐다. 단, 반복된 매각이 채무자 보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양도 횟수에서 제외된다.
또한 채권 양도 시 채무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해당 채권의 양도도 금지됐다. 명의도용 등 채권·채무관계가 불명확한 채권은 양도를 금지하며, 금융회사의 관행적, 반복적 채권매각도 제한했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이 대부업체에 반복적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점진적으로 보다 강화된 추심에 놓이게 되고, 내부통제가 미약한 업체에 매각됨에 따라 불법 추심의 소지도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이번 규율 강화를 통해 오랜 기간 추심에 놓여있던 채무자가 채권매각 이후 보다 강화된 추심에 놓이게 되거나, 불법 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채권 반복 매각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채무자의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전체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취급 물량도 감소해 NPL 투자사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NPL 투자사들은 금융사들이 처음으로 매각하는 채권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규제로 인해 실적 저하가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NPL(Non Performing Loan,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회수하지 못한 부실 대출채권을 뜻한다. 담보 유무 여부에 따라 담보부 채권인 근저당 채권과 무담보채권인 신용채권으로 구분한다.
NPL투자 전문회사는 이러한 NPL을 금융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회수를 진행한 뒤 추가적인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채권은 대부업체와 같은 금융사에 매각한다.
기업채권의 경우 추가 자금투입과 기업 구조조정 등에 개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을 정상화 시킨 후 비싸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일반채권은 금리를 소폭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환을 유도한다. 시장점유율 기준 주요 NPL투자전문회사 5곳으로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신·우리·키움·하나 에프앤아이가 있다.
2023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의 95%를 해당 5곳의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유암코를 제외한 4개 사가 금융그룹 내 그룹사로 주로 은행의 담보채권을 취급한다.
유암코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총 8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한국산업 ▲한국수출입)이 주요 주주다.
이러한 이유로 유암코의 NPL 투자자산도 대부분 1금융권의 담보채권이 대부분이다. 이에 이번 규제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NPL사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담보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해 해당 금액만큼 회수하고 차액이 있을 경우 자산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돼 있다”며 “주로 은행권 NPL사 같은 경우에는 은행에서 NPL사로 채권을 매각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첫 번째 매각이 그때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이유로 보통 세 번 이상 양도됐다고 하면 캐피탈사나 신용정보사에 할인해 매각하는 과정을 거쳐 추심이 좀 더 적극적으로 될 수 있다고 봐 제한하는 것 같다”며 “NPL회사까지는 보통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3회 이전에 있어 NPL사의 실적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 내 채권매각 제한 규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으로 인한 실적 저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NPL시장의 확장과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NPL사는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9월 발표한 'NPL투자사 불황 속의 호황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리포트에서 2025년까지 NPL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전업 NPL투자사는 2023년 연간과 2024년 상반기에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전반적으로 1.0%를 상회하며 양호한 수익성을 보였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올해 말까지 상승추세가 이어질 전망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어 부실채권이 NPL시장으로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이 2024년 중 더욱 구체화돼 은행 및 제2금융권을 포괄해 이전 대비 부동산금융 관련 부실채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한국은 미국보다 인하횟수도 적고 인하폭도 낮을 전망으로, 이를 고려하면 은행권 연체율은 올해 말까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채권 정리의 후행적 특성을 감안하면 NPL시장의 성장은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에 NPL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 10월 말 기준 올해 NPL 전업 투자사 5곳(하나, 대신, 키움, 우리금융, 유암코)은 약 2조863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발행액 규모로는 유암코가 1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하나에프앤아이가 69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314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2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키움에프앤아이는 2620억원 규모에 그쳤다.
키움에프앤아이의 경우 지난 8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도 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받은 바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부실채권 투자시장 확대 등으로 영업 기반이 개선됐으며, 이익창출력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안정성 관리 현황 등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