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재계 1위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2위 SK그룹 지주사 SK㈜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해 투자자들 관심을 끈다.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SK㈜와 삼성물산 연도별 TSR(총주주수익률)를 산출해봤다.
SK㈜는 수소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2021년 12.4%를 기록한 이후 2022년 -22.7%, 2023년 -5.6%, 올해 -14.8%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10.7%, 2022년 -2.9%를 내다가 2023년 15%로 반등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보유한 자사주를 3년에 걸쳐 모두 소각하겠다는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TSR는 주주가 일정 기간 주가 차익과 배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1000만원어치를 매수해 계속 보유했다면 주가 평가액과 현금배당액을 더한 금액이 893만원이 된다. 같은 기준으로 2023년 1월 2일부터 그해말까지 보유한 주주는 평가액이 1150만원이다.
SK㈜와 삼성물산 배당액은 큰 차이가 없다. SK㈜는 배당수익률이 연평균 1.97% 수준이고, 삼성물산은 2.21%다. 배당은 개인 투자자 수익률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회계연도가 아닌 결산연도, 연결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산출했다.
두 회사 TSR를 가른 건 주가다. 삼성물산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통해 무겁기로 이름 난 주가를 끌어 올렸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은 주로 미국 기업들이 선호한다. 애플은 2021~2023년 매년 100조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썼다. 배당은 세금을 징수한 이후 지급되기에 주주에게는 자사주 소각이 유리하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도 유통주식수를 낮춰 지분율을 강화할 수 있기에 '윈윈'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들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자사주는 그 자체로 의결권이 없지만, 지배주주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긴급상황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요긴하기 활용할 수 있다.
SK㈜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24.9%에 이른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대 기업 평균 자사주 비중은 5% 수준이다. SK㈜가 자사주 비중을 크게 끌어올린 배경은 2003년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에 경영권 도전을 받으면서다. 현재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 지분율은 25.7%로 자사주 비중과 맞먹는다.
SK㈜는 주주환원에 손 놓고 있는 회사가 아니다. 2022~2025년 매년 1200억원 규모 시가총액 1% 수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보유한 자사주를 쥐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투자자들 입장에선 불만이다.
삼성물산도 자사주 비중이 적지 않다. 2023년말 기준 12.6%다. 삼성물산도 과거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닫기엘리엇기사 모아보기 공격을 받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회사는 2023년 2월 보유한 자사주를 5년에 걸쳐 전부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에는 이 계획을 2년 앞당겨 2026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계획 아래 지난 4월 3.18%에 해당하는 7676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이 이뤄졌다. 발표 이후 2주간 삼성물산 주가는 41%나 치솟았다. 보기 드문 자사주 소각에 시장이 환호한 것이다.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지배력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올해 3월말에서 6월말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3.99%에서 34.45%로 올랐다. 올초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은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지분율 33%를 보유하면 정관변경, 영업 양·수도, 이사·감사의 해임 등 주총 특별결의를 처리할 수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