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4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 5조7534억원(순이익률 3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매출은 기존 기록인 올해 2분기 16조4233억원을 1조원 이상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이다. 이는 삼성전자에서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실적으로 사업별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된다. 업계에 따르면 DS부문의 영업이익은 4~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성과는 AI향 D램 메모리 반도체 HBM 경쟁 우위 덕분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점유율 약 4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경영 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HBM,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가 멀티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면서 내년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해 가기로 했다.
먼저 D램 부문은 기존 HBM3에서 HBM3E 8단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40%까지 끌어올린다.
SK하이닉스 HBM2E 12단 제품. / 사진=SK하이닉스
이미지 확대보기김우현 부사장은 “3분기 중 HBM3E 출하량이 HBM3를 넘어섰으며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는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AI 관련 제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업계에서 언급되는 HBM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요 둔화 전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여전히 AI 사업 확대와 다양화가 진행 중이며 제품 공급 계약까지 모두 완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담당은 “현 시점에서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오히려 HBM 신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 난이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메모리업계가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않다”며 “업계 일각의 우려와 달리 AI용 HBM 수요는 계속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계약구조다”며 “자사는 2025년 고객들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돼 있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제품 생산량 증대를 위해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은 축소하는 대신 수요가 확실한 제품군 위주로 생산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낸드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우현 부사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 중인 M15X 팹과 용인 클러스터 1기 팹투자로 내년 인프라 투자는 올해보다 증가할 예정”이라며 “다만 먼저 완공되는 M15X가 D램 생산에 기여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 중이며, 수요 환경에 맞춰 신규 팹의 양산시기와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요가 둔화되는 DDR4/LPDDR4를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LPDDR5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며 “내년에도 HBM과 DDR5/LPDDR5, eSSD 등 수요가 확실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 투자 중심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우현 부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는 HBM과 M15X 팹 중측을 감안하면 연초보다 높은 10조원대 중후반대 수준일 것”이라면서도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팬 증설 등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