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1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국회방송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윤희성 은행장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는 윤 행장을 비롯해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 김일권 한국원산지정보원 원장 등 국내 주요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했다.
오늘 기재위 국감에는 다수의 기관장들이 참석했으나 의원들의 질문은 윤 행장에게 집중됐다. 오전 10시 국감 개시 후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연달아 윤 행장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먼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체코 원전 건설과 관련해 체코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 요청을 받거나 금융 지원을 약속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윤 행장은 바로 이에 대해 부인하며 “금융 지원을 요청받거나 금융 지원을 약속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박성훈 의원은 이어 수출입은행의 관심서한 발급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는 “원전 사업 금융 구조는 발주자가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말을 꺼냈다. 이어 “체코 정부 입찰 요건에 재정 지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5호기는 자체 재원으로 조달, 6호기는 연말까지 재원 조달 모델을 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체코 정부 금융 지원 요청이 없었다면 수출입은행은 왜 관심서한을 발급 하게 된건가”라고 질의했다.
윤 행장은 “수출입은행은 해외 수출 지원이 본연의 기능이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 사업 지원에서도 관례상으로 발급했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한국수출입은행 관련 자료 화면./ 사진 = 국회방송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더불어 “Does not constitute a commitment고 되어 있어서 금융 지원을 확약하지 않는다, 금융 제공을 확약한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이 밝히고 있다”며 “또 most favorable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대 대출을 제한한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most favorable이라는 주장은 저희가 강한 관심이 있다는 걸 표시한 것”이라며 “아무리 most favorable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더라도 OECD에서 지켜야 하는 수출신용협약은 지켜야 되기 때문에 무조건 최저 저리 금리나 최장 기간으로 이렇게 우대 조건을 할 수 없다”거 답했다. 이어 제약 하에서 최우선적으로 최우대 금리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을 더했다.
윤 행장은 야당에서 제기되는 체코 원전 수주 손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일정 마진을 가산한 금리로 결정되고 수출 신용 협약상으로 최저 기준으로 상의했기에 마진이 적어질 수는 있지만 역마진 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역마진 난다고하면 OECD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소해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사진 왼쪽)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국회방송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정일영 의원은 신규 원전사업에 대해 체코가 자금을 100% 투입한다는 정부 측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향후 금융지원을 약속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금융지원을) 요청받은 바 없고, 체코정부에서 100% 하기로 했다.”고 발언했다. 현재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은 두코바니 5․6호기로 체코 정부가 자금을 100% 부담하기로 결정난 것은 두코바니 5호기 뿐이다.
이를 지적하며 정일영 의원은 “두코바니 6호기의 자금조달 방안은 체코에서 올 연말 결정한다고 하는데, 체코에서 신규 원전 건설자금을 100%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4월 체코측에 제출한 금융지원 의향서(관심서한)도 ‘비구속적’이란 정부의 설명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등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관심서한이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며 ‘비구속적 의향서’로 ‘비구속적 관심(interest)’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수출입은행은 ‘비구속적 의향서’를 제출했고, 해당 의향서에는 ‘비구속적 관심(interest)’을 표명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실제 UAE에서 관심서한을 근거로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수출입은행은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28년 만기 대출로 승인한 바 있다.
정일영 의원은 “수은이 체코에 제출한 금융지원의향서에는 ‘Strong interest(높은 관심)’, ‘favorably consider providing financial support(재정적 지원을 긍정적으로 고려)’, ‘the most favorable financing terms [amount, tenor, margin, etc] (규모, 기한, 마진 등 가장 유리한 금융조건으로)’등 사실상 금융지원을 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들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지원 의향서가 관례상 제출되는 것이고 금융지원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비구속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국에서 서한을 근거로 금융지원을 요청하면 우리 정부가 수주 실패를 감당하면서까지 금융지원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체코 측에 금융지원 가능 의사를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도 이미 금융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수출입은행이 제출한 국외출장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3월 26일~29일, 4월 23일~27일 체코를 방문해 체코 재무부 장차관, 산업부 장관 및 원전부실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출장에는 우리나라 산업부, 한수원, 무보 등 관련 기관도 동행했다.
지난 3월 출장에서 수은을 포함한 출장팀은 체코 재무부 차관과 면담하며, ‘UAE바라카 원전 지원 시 성공적으로 금융 조달한 경험이 있다.’고 금융지원실적을 홍보했다. 이에 체코 측에서는 ‘한국으로부터 금융조달 시 금리수준과 UAE는 상대적으로 재원이 풍부한데 왜 외부차입을 했는지’ 등 금융조달방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다음날 이어진 체코 산업부 원전부실장과의 면담에서도 한국 출장팀은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금융지원 사례를 홍보했고, 체코 측에서도 ‘조달원별 자금집행 순서, 환리스크 경감방안, 美달러 외 통화 집행 가능 여부’등 구체적 사안을 문의했다. 이에 한국은 ‘수은을 통한 유로화 대출도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출장에서는 수은의 직접대출 가능성도 제시했다. 4월 출장 역시 금융지원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한국 측은 ‘상업은행 대출이 필수적인 프랑스와 달리 수은의 직접 대출도 가능하다. UAE의 경우 당초 100억을 승인했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사진 왼쪽)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국회방송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윤 행장은 정 의원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UAE 케이스가 금융이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달비용보다 마진을 붙여 적절하게 원리금을 회수했고 그나마도 UAE가 금리를 낮춰달라고 해서 저희가 중도 상환 시켰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체코 원전 6호기에 대해 금융지원을 요청하면 협상에 들어갈텐데 OECD 가이드라인 내에서 저희 마진을 붙여 협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