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T의 네트워크 품질 관리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른 전적이 있는 만큼 이번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는 국내 대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통신 관리 역량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T에 따르면 15일 이사회를 통해 각각 네트워크 운용,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신설법인 KT오에스피와 KT피앤엠을 설립을 의결했다. 해당 법인으로 기존 본사 인력 3780명을 전출시켜 분산 배치한다는 방안이다. KT는 이를 통해 조직 효율화를 높이고, AICT 기업 전환을 위한 AI, 빅데이터 인력 확보에 더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본사 차원의 고객민원·기업고객 마케팅 업무를 KTis와 KTcs 등 기존 계열사로 이관하고 관련 인력 170명 역시 각 회사로 이동시킨다. 또 상권영업·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는 비효율 사업으로 규정하고 폐지한다.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으로 약 6000명의 인력 조정이 진행된다. KT는 전출을 원하지 않는 인력에 대해서는 특별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첫 희망퇴직 단행이다. 대상은 근속 10년 이상 중 정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들이다. 희망퇴직 등으로 줄어든 인력은 AI, 빅데이터 전문 인력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김영섭 대표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김영섭 대표는 KT 취임 이후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인건비 절감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강조해 왔다.
다만 AICT 전환 가속화라는 대의명분을 지닌 KT의 이번 조직개편은 오히려 본업인 통신 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특히 통신뿐만 아니라 AI, 데이터 사업의 근간이 되는 네트워크 관리 외주화가 KT의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영섭 KT 대표. / 사진=KT
이러한 이유로 KT 내부에서도 이번 개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 본사 등 임직원 일부가 속한 KT새노조는 이날 (15일) 국회에서 ‘KT 통신인프라 분야 6000명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대상 분야는 통신 선로 설계, 시공, 유지보수 등의 업무와, 도서지역 무선통신 등 기간통신망 분야 필수 업무”라며 “해당 업무와 인력은 2018년 아현 화재 당시 인력 감축 및 노후화로 문제가 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T가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로서 가장 큰 경쟁력인 통신인프라에서의 강점을 스스로 버리고 비용절감과 AI 등 탈통신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T는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중 유독 통신 네트워크 품질 관리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통신 3사에서 발생한 통신 사고는 총 14건이었다. 통신사별 장애 건수는 KT 5건,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5건, LG유플러스 4건이었다.
KT보다 앞서 외주화를 진행한 SK텔레콤과 같은 수치로 본사 차원의 관리에서도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피해 규모가 가장 컸건 사례는 2021년 발생한 KT 인터넷 서비스 장애였다. 당시 피해 규모만 약 3000만 회선에 이른다. 두 번째로 피해가 컸던 사고도 KT다. 올해 8월 발생한 유선전화 장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지연 사태로 약 12만3000개 회선이 먹통이 됐고 피해 시간도 약 10시간 동안 지속됐다.
김영섭 대표도 이 같은 서비스 품질 문제 등으로 오는 25일 국회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출석한다. 통신 3사 대표 중 김영섭 대표가 유일하게 출석한다. 김영섭 대표는 앞서 지난 8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터넷 속도 저하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이번 인력 재배치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이며 본업(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줄이고자 하는 행보는 아니다”라며 “통신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설비 투자, 기술 연구 등의 노력은 계획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