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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더미식 띄우기' 올인…'밑 빠진 독' 면할까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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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08 10:47 최종수정 : 2024-10-08 11:01

하림산업, '더미식' 신제품 속도
더미식 밥·라면은 일부 역성장
지난해 기준 차입금 의존도 48%
김홍국 회장 "생산라인 증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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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장인라면 /사진=하림 더미식

하림 장인라면 /사진=하림 더미식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을 선언하면서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더미식’ 브랜드 알리기에 한창이다. 현재 대체로 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밥이나 라면 등은 일부 역성장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하림지주는 더미식에 대한 투자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304억 원)보다 34.5% 오른 409억 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사업을 제외한 식품사업 매출이 약 3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식품사업 중에선 더미식 냉동식품 매출이 15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2.3% 성장했다. 갈비탕과 같은 탕류 매출은 100억 원으로, 전년의 50억 원 대비 배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더미식이 공들여온 밥이나 라면 쪽 매출은 일부 미끄러졌다.

하림산업은 하림그룹의 식품 계열사로, 지난 2012년 2월 설립됐다.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10월 식품 브랜드 ‘더미식’을 론칭, 3년째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빠르게 공략해왔다.

이번 상반기 더미식 즉석밥 매출은 67억 원으로, 전년(81억 원)보다 17.3% 줄었다.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내세운 장인라면 등 더미식 라면 매출도 15.3% 감소하면서 72억 원에 그쳤다. 더미식 전체 실적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핵심 사업군인 즉석밥과 라면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보인 것이다.

이는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작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톱(TOP)10’ 순위권 밖이다. 지난해 장인라면 연간 매출은 208억 원이었는데, 이는 점유율 10위인 팔도 비빔면의 소매점 매출(708억 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하림산업이 지난 3년 여간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더미식 띄우기’에 전사적으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장인라면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양념 채소를 20시간 이상 끓여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음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쳤다. 하림산업은 이듬해 더미식 즉석밥과 유니자장면, 만두, 비빔면, 국·탕류를 내면서 식품 영역을 확장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도 더미식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현장에 참석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회장은 더미식 연 매출 목표를 1조5000억 원으로 잡으면서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림 익산공장. /사진=하림

하림 익산공장. /사진=하림

하림산업은 여세를 몰아 더미식 외에도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푸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잇달아 선보였다. 고착화한 식품 시장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존재감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례로, 더미식 즉석밥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판관비로만 642억 원을 썼다. 전년(349억 원)보다 84.0% 증가한 금액이다.

올 들어서도 하림산업은 더미식 ‘장인라면 비빔면’, ‘장인라면 맵싸한맛’, ‘초계국수’ 등 라면에 더해 더미식 ‘춘천 닭갈비볶음밥’과 ‘전주 돌솥비빔밥’ 등 요리밥 3종 등 신제품을 내놓았다. 또한, 푸디버디도 ‘팝콘치킨’과 ‘미역국 초록쌀라면’, ‘한우소스’ 등으로 어린이 입맛을 돋우었다.
하림지주도 하림산업의 시장 안착에 팔 걷고 나섰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장·단기 차입금은 4761억 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48.1%에 달한다. 전체 자산 9901억 원에서 차입금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실제로 하림그룹 유통 계열사인 엔에스쇼핑은 지난 2021년 4월과 202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하림산업에 각각 300억 원씩 총 600억 원을 유상증자했다. ‘더미식’ 론칭을 전후한 시기였다.

이후 엔에스쇼핑의 투자사업 부문인 엔에스지주가 하림지주에 흡수합병됐고, 하림지주가 직접 하림산업을 지원해왔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2월과 7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1000억 원의 유증을 실시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300억 원 규모의 유증 소식을 전했고, 지난달 26일에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달 4일에는 엔에스쇼핑이 하림산업에 280억 원을 대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3년여 동안 하림산업에 투입된 자금만 2000억 원이 넘는다.

하림그룹은 하림지주, 하림을 비롯한 4개의 상장사와 66개의 비상장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그룹사 전체 매출은 연결 기준 12조624억 원이다. 이 중 하림산업 연 매출은 704억 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0.58%에 불과하다. 회사 매출의 세 배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하림산업은 지난 7월 689억 원을 투입해 전북 익산 공장과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라면 생산시설에 403억 원을, 물류센터 증설에 286억 원을 집행했다. 식품 생산과 물류 등을 한번에 실행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하림산업은 신제품 출시는 물론 마케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이정재를 전면에 내세운 장인라면 광고나 푸디버디 관련 팝업을 선보이면서 시장 안착에 공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실적 턴어라운드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최근 3년 하림산업은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영업손실이 2021년 589억 원에서 2022년 868억 원, 2023년 1096억 원으로 불어나는 중이다. 하림산업 전체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60.6%에서 110.6%, 이어 124.0%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상반기 더미식 주력 제품인 즉석밥과 라면이 역성장을 기록,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최근 하림산업 판교 사옥에 있는 일부 인력이 하림지주가 있는 서울 논현동 하림타워로 이동하기도 했다.

하림 측은 "하림산업 더미식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익산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매출이나 실적 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옥 이전 관련해서는 "하림산업 본사는 익산공장으로, 판교 사옥에는 영업팀이나 마케팅, 연구·개발(R&D) 부서가 있다"면서 "공간 재배치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엔에스(NS) 푸드 페스타’에서 “더미식 라면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판매량도 늘고 있다”며 “하림은 이를 희망적으로 보고, 생산라인도 계속해서 증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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