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야놀자는 1978년생 이수진 총괄대표가 지난 2007년 창업한 회사다. 당시 이 총괄대표는 모텔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각종 데이터를 소비자들에 제공해줬다. 그러다 모텔 예약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모바일 앱 시장으로 진출했고, 호텔 관련 인수합병(M&A)에도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야놀자가 인수한 곳만 하더라도 객실 관리 시스템 업체 ‘이지테크노시스’, ‘가람’, ‘씨리얼’을 비롯해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 ‘호텔나우’, 호텔 솔루션 업체 ‘산하정보기술’, 여행 플랫폼 ‘트리플’,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 2호(SVF II CRYSTAL SUBCO SINGAPORE PTE. LTD.)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야놀자의 지분구조는 창업자 이수진 총괄대표가 16.31%를, 그의 아내와 두 자녀가 총 15.39%를 들고 있다. 손 회장의 지분은 24.83%이다.
야놀자는 플랫폼, 클라우드, 인터파크트리플 3대 핵심 사업을 영위한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350억 원으로, 전년(3146억 원) 대비 38.3% 성장했다. 야놀자의 성장 배경에는 클라우드 사업이 있다. 야놀자가 숙박업으로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 공급해준다. 구체적으로 호텔이나 리조트에 객실, 부대시설, 인력 등을 관리해주는 PMS 시스템과 고객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주는 CM 시스템, 수요와 공급을 계산해 객실을 판매해주는 RM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야놀자 상반기 매출에서도 클라우드는 1246억 원을 기록해 전년(592억 원)보다 110.5% 뛰는 등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해외에서 수요가 늘면서 야놀자의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을 모두 다지는 것이다. 이에 이수진 총괄대표는 야놀자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선언했다. 미국 외신도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최대 90억 달러(약 12조)까지 전망해 장밋빛이 아른거렸다.
야놀자는 그러나 큐텐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야놀자는 앞서 지난해 4월 여행, 숙박과 큰 관련이 없는 인터파크 쇼핑, 도서 사업(‘인터파크커머스’)을 물적분할해 큐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만 약 1871억 원이었는데, 이 중 1680억 원을 받지 못했다. 큐텐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부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결국 매각대금 대신 큐텐으로부터 받은 주식 담보권 982만8245주(약 25%)를 취득했다. 하지만, 큐텐의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 매각가를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수진 총괄대표가 야놀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란 클라우드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총괄대표는 우선 구글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 김종윤 현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를 1년간 설득 끝에 지난 2015년 영입했다. 2022년에는 삼성전자, 야후코리아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준영 현 야놀자테크놀로지 대표를, 지난해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근무했던 알렉산더 아브라힘을 야놀자 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시켰다. 이 총괄대표는 최근에도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에서 외부 출신 마케팅, 재무 전문가를 연달아 영입했다.
먼저 김현정 야놀자클라우드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맥킨지앤드컴퍼니, 삼성전자, 구글에서 오랜 기간 요직을 거쳐왔다. 그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글로벌 서비스 운영 그룹장을 역임하면서 AI 기반 빅스비(Bixby)와 삼성페이를 글로벌로 확장했다. 구글에서는 미주지역 마케팅 헤드를 맡아 구글페이 3.0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 총괄대표는 김현정 CBO의 사업가적 능력과 마케팅 경력을 높이 샀고, 야놀자클라우드의 AI 서비스 강화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다음으로 문병덕 야놀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있다. 문병덕 CFO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호스피탈리티,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회계감사와 재무 자문을 담당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1년 야놀자로 합류해 회계와 세무 분야를 총괄하는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재직했다. 이 총괄대표는 문병덕 CFO를 선임하면서 야놀자클라우드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총괄대표는 야놀자 미국 나스닥 상장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야놀자는 지난 2월 미국 델라웨어 주에 100% 출자법인 ‘Yanolja US LLC.’를 세웠다. 마찬가지로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사례를 전철로 밟아 비슷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야놀자는 기업가치 10조 달성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평가를 앞두고 있다. 다만, 최근 큐텐 사태로 야놀자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보면 야놀자의 추정 시가총액은 2일 기준 4조4000억 원대다. 큐텐 사태 이전인 지난 7월에는 추정 시가총액이 7조를 넘겼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야놀자는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에서 아웃바운드 여행(내국인의 해외여행)으로 확장해 인바운드 여행(외국인의 국내여행)까지 역량을 갖췄다”며 “여행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서 도전 과제를 차근히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