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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향한 금감원 칼끝···임종룡·조병규 거취 촉각 [부당대출發 흔들리는 우리금융]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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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9-05 06:00 최종수정 : 2024-09-05 13:35

이복현 금감원장, 잇달아 현 경영진 직격…“부실대출 발본색원 의지 있나”
부적정 대출 인지하고도 늑장 보고…저축은행·캐피탈 등 계열사서도 대출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 임박…임종룡 회장 책임론에도 당국 네트워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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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제공=각사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제공=각사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의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건과 관련해 현 경영진에도 책임이 있다며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금감원은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이들 경영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장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 행장뿐 아니라 임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 임종룡 회장·조병규 행장 정조준…엄정 조치 예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 뒤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말도 안되는 대출과 부실이 일어난 것은 과거 일이긴 하지만 대응 방식을 볼 때 정말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는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조직 개혁의 의지가 없는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최근의 매니지먼트(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의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가 묻는게 맞다”면서도 “감독당국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운영이 숨긴 부실을 만들 수 있고, 관계지향적인 운용이 전체 수익성,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현재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 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가 제때 안 된 건 명확하므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 회장과 조 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금감원 지난 6월 착수한 우리은행 수시검사에서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지난해 4분기 부적정 대출 상당수가 이미 부적정하게 취급되고 부실화됐음을 인지했고, 올해 1~3월 자체감사, 4월 자체 징계 과정에서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보고·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현 경영진도 해당 사안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대출 사실을 조 행장 등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은 올 3월 감사 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부실 대출을 승인한 영업본부장이 퇴직(지난해 12월)한 뒤에야 자체 감사(올해 1월)에 착수했고 지난 5월 제보를 받은 금감원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1차 자체 검사에서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금감원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도 1년 앞당겨 내달 초 착수한다. 금감원은 부적정 대출 관련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있는 임직원에 대해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임 회장은 지난달 28일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행법 위반 근거 경영진 제재 가능성…지배구조법 적용은 어려울듯
경영진 향한 금감원 칼끝···임종룡·조병규 거취 촉각 [부당대출發 흔들리는 우리금융]이미지 확대보기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 추가 현장검사 등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제재를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뿐 아니라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법 제34조 3항은 은행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54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임원이 은행법을 고의로 위반하거나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금감원장의 건의에 따라 해당 임원의 업무집행 정지를 명하거나 주주총회에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으며, 금감원장이 경고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가 확정된 금융회사 임원은 연임할 수 없고, 금융권 취업도 3~5년간 제한된다.

다만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와 관련한 위법 여부는 따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일부터 금융사 CEO 등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아직 책무구조도가 도입되지 않은 데다 우리은행 부적정 대출 사건은 법 개정 전 발생한 사고로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당시 법에 따른다고 해도 개정 전 지배구조법은 금융사와 임원진에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만 부여하고 ‘준수’ 의무는 규정하지 않았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해 2022년 12월 승소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을 낸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회장도 징계가 취소됐다.

올해 말 임기 만료 조병규, 연임 빨간불…임종룡 책임론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에 따라 현 경영진의 거취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조 행장은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작년 3월 취임한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특히 임기 만료가 임박한 조 행장의 연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지주와 은행은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권 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대부분 은행은 통상 신임 2년 임기 뒤 1년 단위로 연장하는 ‘2+1’ 임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조 행장의 경우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임 없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확정되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되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데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임 회장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이 임 회장의 제재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조치가 최종 확정되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경제정책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제5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전통 금융 관료 출신으로,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관계와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혀왔다. 임 회장은 현 정부 내 주요 금융당국 인사들보다 기수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법 위반의 경우 개정 법안으로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위해 은행법 위반을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까지 지낸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인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 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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