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학회는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 디지털 자산시장의 발전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8.27)
이미지 확대보기가상자산 관련해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등을 바라는 목소리와 함께, 동시에 점진적, 단계적인 규율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증권학회는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 디지털 자산시장의 발전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선진국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 혁신과 디지털 자산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토큰증권 법제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관련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현 22대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제출하고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서 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기존의 주식, 채권, 펀드와 같은 전통 증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해서 발행과 유통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고 꼽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현재의 금융 시스템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한 기업 자금 공급과 편리한 투자 수단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선진국들은 증권 인프라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서 회장은 "특히 아시아 역내에서도 디지털 채권 토큰 시장이 모색될 정도로 증권의 토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상자산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권 금융투자의 순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미국, 홍콩, 영국의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 상품을 승인했다는 점, 일본 역시 웹 3.0 벡터를 통해서 가상자산 ETF 도입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서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토큰증권 법제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금융투자업계는 디지털 자산시장이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힘써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축사에서 "디지털자산은 혁신적 가치 창출을 통한 금융시장의 미래지향점을 제시하므로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발행, 유통, 인프라와 관련된 체계적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확장이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및 소비자보호 이슈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치밀한 법규화가 불가피하다"며 "디지털 자산시장이 안정적 정착을 통해 미래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한 다양한 혜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이슈는 법이나 규제로 풀기에 한계가 있고, 기술의 문제는 기술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플랫폼 기술의 대항 기술로서 길항권력이 될 것이며, 블록체인 기반 자산 토큰화는 IP(지적재산권) 같은 무형의 디지털자산 소유권을 획정하고 활용하는데 탁월한 장점이 있기에, 토큰화는 디지털 경제의 소유권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비트코인 ETF가 전 세계 8위 자산군이 됐다며 "지금은 국가의 장기적 목표를 위한 가상자산 제도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과 같이 행정적인 조치로 가능한 분야부터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은행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 디지털자산의 토큰화 뿐만 아니라, 지급수단의 토큰화도 병행하여 이루어져 한다"고 했다. 안전한 디지털자산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종 결제자산을 제공하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국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프로젝트와 국가간 지급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고라(Agora)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주제발표에서 "토큰증권 제도가 법제화될 경우, 다양한 기초자산과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분산원장을 법적 장부로 인정하는 글로벌 선진 사례로써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이사는 "일반 기업들의 토큰증권 시장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금융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해외 금융회사들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거나 현물 ETF를 만드는 사례가 우리나라 금융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석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정부, 학계, 유관기관, 업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기업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 지원 의견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뉘었다.
손영채 국무조정실 재정금융정책관은 "신기술을 활용한 산업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시장이 지속 소통해야 하고, 특히 가상자산 부문에서는 모호한 선전(promotion)보다 건실한 선례(proof)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정책관은 "현행 가상자산법은 기존 법체계 밖에서 이용자 권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산을 적용대상으로 하므로 관련 시장 발전상황에 맞춰 점진적, 단계적으로 규율을 도입하는 방식이 적합하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법 등 정립된 법체계의 활용도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디지털금융센터장은 디지털자산이 전통적 금융자산에 비해 중개비용 절감, 기밀성·무결성·초국경성 등 유동화 및 유통기능 우위는 검증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향후 디지털자산의 도입/확산이 현행 규제체계와 충돌, 인정, 결합되는 과정에서 시장 이해관계자는 거래 투명성 제고, 자동화를 통한 비용 효율화, 암호화를 통한 향상된 보안, 보고서 자동화, 모니터링 체계 확립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레그테크의 다양한 이점을 규제준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서 금융시장의 토큰화에 따라 통화정책, 금융중개, 금융규제 및 감독, 자본이동 문제 전반에 걸쳐 중앙은행과 금융규제 당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선영 교수는 "자산시장에서의 토큰화인 토큰증권, 법화의 토큰화인 CBDC에 대해 한국이 글로벌 리더쉽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가상자산시장은 이용자보호법이 7월에 시행된 만큼 법 시행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ICO(가상자산 공개) 허용 및 가상자산 ETF 허용 등에 관한 논의는 시간을 갖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의 가상자산 관련 새로운 혁신 서비스와 다양한 도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종욱 대표는 "현재 법인에게 막혀있는 가상자산 매수/매도, 보관 등 기본적인 기능은 허용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더 나아가 한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금융기관도 가상자산시장에서 대체투자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의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창화 금투협 전무는 "토큰증권 시장을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고, 나아가 다양한 분산원장 방식의 도입도 검토되어야 한다"며 "또 해외 투자를 포함한 가상자산 직접 투자 시 투자자가 충분히 보호받기 어려운 투자 환경을 규제 영역으로 포섭하는 등 웹 3.0 시대 대응을 위해서는 디지털 자산시장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제도적 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