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21일 한화오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666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7580억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것은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업은 통상 수주가 늘어나면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선박을 인도해야 현금이 대거 유입되며, 수주 계약과 건조 단계에서는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
다만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금흐름과 비교해도 한화오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적자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은 -3207억원에서 1조36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은 -459억원에서 -1360억원으로 적자가 커졌지만 악화세가 덜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49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는 248억원이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수록 투자와 관련된 현금 유출이 많았다는 뜻이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조9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6% 올랐다. 돈을 빌리거나 사채·주식 등을 발행하면서 현금 유입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함정 건조 시설 투자와 인수합병, 신기술 개발을 위해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에 총 차입금은 4조269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4.78%나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땐 82.45% 오른 수치다. 총 차입금은 단기 차입과 장기 차입 등 기업이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의 합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조824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2%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16.64% 증가했다.
현금이 일부 늘긴 했지만 빌린 돈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업의 실질적인 빚 규모를 보여주는 순차입금(총 차입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4446억원으로 지난해 말 보다 2조520억원 늘었다. 6개월 사이 빚이 2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1년 전 보다는 1조6691억원 증가했다.
다만 올해 들어 수주잔고가 늘고 있어 한화오션의 재무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0년 말 8조6000억원이었던 수주잔고는 2021년과 2022년 연 13조~14조원 가량 대규모 신규 수주가 이뤄졌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34% 증가한 29조334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한화오션의 기업신용등급(ICR)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등급은 BBB로 동일했다.
김종훈 책임연구원은 "한화오션의 주력 선종인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신규 발주가 크게 확대됐다"며 "컨테이너선 발주량 누적으로 2024년 신조 발주량은 2021~2022년 대비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LNG선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적정 선가 하에 양호한 수주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건조량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와 잔고 내 저가 물량 축소에 힘입어 본원적 수익성이 제고됐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가 물량의 건조 비중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 추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화오션이 미국 함정시장에 뛰어든 것 역시 장기적으로 회사의 현금흐름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한화오션이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앞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도크를 보유한 필리(Philly) 조선소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함정 MRO 사업의 경우 시장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각 사업자가 가격을 적어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 총 영업이익 중 특수선 부문만 흑자를 지속했다. 상선과 해양 부문은 각각 -434억원과 -476억원을 기록한 반면, 특수선은 전년 동기 대비 1259.26% 증가한 734억원을 달성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